정보를 더 찾는 건 준비라기보다 시작을 미루는 가장 정당해 보이는 방법입니다. 그냥 안 하고 있으면 죄책감이 드는데, 자료를 찾고 있으면 노력하는 중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회피가 성실함으로 위장되는 셈입니다.
심리 실험 중에 잼 시식 코너 이야기가 있습니다. 잼을 스물네 가지 놓은 코너와 여섯 가지만 놓은 코너를 비교했는데, 사람은 스물네 가지 쪽에 훨씬 많이 모였지만 정작 산 사람은 여섯 가지 쪽이 훨씬 많았습니다. 선택지가 늘어나면 혹시 더 나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미리 커져서 결정을 막습니다.
또 하나는 책임입니다. 시작하면 잘못됐을 때 내 선택이 되는데, 알아보는 동안은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정보 수집은 위험이 없는 유일한 단계라서, 불안할수록 거기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거기에 후기와 비교글을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걸 알게 됐다는 작은 보상이 계속 들어오니까 목적과 상관없이 그 행위 자체가 습관이 됩니다. 어느순간 정보를 모으는 게 목적이 되어버리는 거죠.
저는 두 가지로 끊습니다. 먼저 뭐를 알면 결정할 수 있는지를 질문 두세 개로 적어두고 그 답만 찾습니다. 그리고 후보를 세 개로 잘라놓고 시간도 한 두 시간으로 상한을 정해둡니다. 기준을 먼저 정해두지 않으면 자료는 무한히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되돌릴 수 있는 일인지를 봅니다. 바꿀 수 있고 손해가 작은 일이면 정보를 반쯤 모았을 때 그냥 시작하고 나머지는 하면서 배우는 게 빠릅니다. 반대로 집이나 차, 긴 계약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오래 알아보는 게 맞고요. 질문자님이 느끼신 그 지점이 바로 그 구분이 필요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