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물속에 녹아있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이 비누의 세척력을 떨어뜨리는 과정은 화학적인 침전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누는 보통 스테아르산 나트륨과 같은 지방산 나트륨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분자는 물에 잘 녹는 친수성 머리 부분과 기름과 잘 섞이는 소수성 꼬리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비누는 이 구조를 이용해 기름때를 감싸 물속으로 분산시키며 세척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이 많이 포함된 센물에서는 비누 분자가 때를 씻어내기 전에 금속 이온과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비누 분자의 친수성 끝부분에 있는 나트륨 이온이 물속의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과 자리를 바꾸며 강하게 결합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 형성되는 물질이 바로 금속 비누라고 불리는 무기 염입니다. 이 화합물은 물에 대한 용해도가 매우 낮아 물에 녹지 않고 하얀 찌꺼기 형태로 가라앉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비누 분자가 기름때를 제거하는 본래의 역할에 쓰이지 못하고 찌꺼기를 만드는 데 소모되면서 거품이 잘 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금속 비누 찌꺼기는 섬유 사이에 끼어 옷감을 뻣뻣하게 만들거나 피부에 남아 자극을 줄 수도 있습니다. 즉, 비누의 유효 성분이 금속 이온에 의해 물리적으로 제거 불가능한 침전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세척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센물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비누 대신 금속 이온과 반응이 적은 합성 세제를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