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충전은 빠르게 흐르는 상태가 아니라 폰과 충전기가 서로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연결되는 순간 두 기기가 전압을 몇 볼트로 올릴지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 합의가 안 되면 그냥 오 볼트 기본 모드로 떨어져요. 그러면 출력이 오 와트 안팎까지 내려갑니다. 느려진 게 아니라 급속 모드가 아예 안 붙은 겁니다.
헬스장 공용 충전기는 이 합의가 안 되는 조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습니다. 대부분 구형 사각 단자 멀티 포트라 애초에 고속 규격을 지원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꽂으면 그 안에서 출력이 또 나뉩니다. 케이블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고속 충전 규격은 양쪽이 다 원통형 씨타입이어야 제대로 물리는데, 한쪽이 사각 단자면 규격상 고속으로 못 올라갑니다.
두 번째는 열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가 올라가면 보호 회로가 충전 전류를 스스로 줄입니다. 런닝머신 위에서 체온이 옮겨오고, 화면은 계속 켜져 있고, 영상 스트리밍으로 통신 칩까지 돌아가면 기기 온도가 금방 올라가요. 케이스까지 끼운 채 거치대에 올려두면 열이 빠질 곳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단순한 산수입니다. 밝은 화면으로 영상을 삼십 분 재생하면 삼에서 오 와트쯤 씁니다. 공용 충전기가 오 와트를 준다면 들어오는 만큼 그대로 나가는 셈이라 배터리 잔량이 거의 안 오릅니다. 충전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신 게 정확한 관찰이에요.
확인은 이 순서로 해보세요. 먼저 같은 케이블과 같은 충전기로 집에서 화면을 끈 채 십 분만 충전해 보시면, 문제가 장비 쪽인지 사용 방식 쪽인지 바로 갈립니다. 다음으로 본인 고속 충전기와 양쪽 씨타입 케이블을 가져가서 비교해 보세요. 갤럭시는 잠금화면에, 아이폰은 배터리 설정에서 고속 충전이 붙었는지 표시가 나옵니다.
현실적인 해법은 운동 중에는 충전을 포기하는 쪽입니다. 영상은 미리 내려받아 두고 데이터를 끄면 소모가 확 줄고, 충전은 운동 끝난 뒤 시원한 데서 하시는 게 배터리 수명에도 훨씬 낫습니다. 굳이 충전이 필요하시면 보조배터리 하나가 공용 충전기보다 낫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