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진 수의사입니다.
사람의 눈에는 매일 똑같은 풍경일지 몰라도, 강아지에게 그 길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새로운 신문'이나 '실시간 SNS 피드'와 같습니다.
강아지가 매일 같은 코스에서도 끊임없이 냄새를 맡고 멈춰 서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밤새 업데이트된 '동네 뉴스' 확인
사람은 주로 시각으로 세상을 보지만, 강아지는 후각으로 세상을 '봅니다'. 강아지가 냄새를 맡는 것은 그 자리에 다녀간 다른 동물들의 정보를 읽는 과정입니다.
• "어라, 1시간 전에 옆집 바둑이가 지나갔네?"
• "새로운 길고양이가 영역 표시를 해두었군."
• "오늘 이 친구는 컨디션이 별로인가 봐."
이처럼 다른 강아지들의 소변, 대변, 발바닥 땀샘 등에서 나온 호르몬 정보를 통해 누가, 언제, 어떤 기분으로 이곳을 지나갔는지 생생하게 파악합니다. 매일 같은 길이라도 지나간 동물과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강아지에게는 늘 새로운 정보로 가득 찬 길입니다.
바람과 날씨가 가져오는 '실시간 정보'
강아지의 코는 단순히 땅에 떨어진 냄새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냄새 입자도 잡아냅니다.
어제와 오늘의 바람 방향, 습도, 기온이 조금만 달라져도 저 멀리서 날아오는 냄새(예: 먼 곳의 음식 냄새, 낯선 사람의 체취, 풀과 흙의 변화 등)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따라서 강아지에게는 매번 완전히 새로운 환경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두뇌 자극 (노즈워크)
냄새를 맡는 행위 자체는 강아지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두뇌 활동'입니다. 코로 들어온 복잡한 정보들을 뇌에서 분석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단순히 빨리 걷는 것보다,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걷는 산책이 강아지의 정신 건강(행동 풍부화)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