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 하소연 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림 그리는 고1 학생입니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어머니의 모진 말이나 반대도 무릎 쓰고 그림쪽 특성화고로 진학했는데요

학교에서도 나름 가장 잘 그리는 애로 인정받고 선생님들도 제가 정말 잘 그린다고 미래가 기대된다고 좋은 말만 해주셨어요

정말 좋은데 근데 아무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요

아마 어머니가 인정해 주시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중학생 때도 마찬가지 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인정 받고 싶은 마음에 학교에서 하는 여러 대회에서 1등은 아니지만 2~3등 정도 되는 상을 타갔어요

좋아해주시길 바랬는데 돌아온 말은 어 그래 참 잘했네 어 근데 엄마 바쁜데 같은 무미건조한 말 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1등이 아니라서 그런가 라는 마음에 미친듯이 그림에 파고 들어 중3 때 1등을 해 자랑스럽게 어머니에게 상장을 들이밀었습니다

근데 또 똑같은 무미건조한 말이었어요 어 그래 대단하네

칭찬 받긴 했는데요 근데 근데요 뭔가 그게 섭섭해서요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맘에 들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어 너 그림 그리는거 맘에 안 들어 너가 그림 쪽으로 갈까봐 엄만 너무 무섭다 그리고 그런거 나중에 커보면 정말 별거 아니다 같은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림쪽으로 진학하길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어머니는 더 절 혼내셨어요

지금은 알아요 이혼해서 딸 셋을 혼자 키우는 어머니가

어렸을적 똑같이 그림 쪽으로 가고 싶었던 어머니가

얼마나 그림이 힘들고 고달픈지 아는 마음에 그러고 자신이 아이의 꿈을 응원해줄 여건이 안되는 것을 알기에 저를 더욱 더 말렸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넌 그림에 재능이 있지만 천재는 아니다 넌 언젠가 너의 앞에 있는 수많은 천재들에게 밀리고 밀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넌 지금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넌 나에 마음을 전혀 모르고 그저 ATM 기기로 생각하는게 아니냐

널 왜 낳았지라는 말 등을 들었어요

청천벽력으로 먼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그림 쪽으로 간 첫째 언니가 말하더라고요

왜 네가 그림 쪽으로 가겠다 해서는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냐

너 지금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아냐라는 말들을 하더라고요

모든 게 무너지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다 내려놓고 뛰어내리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주변에 그림 강사를 꿈꾸는 친한 언니가 제게 손을 내밀어 여차저차 꿈을 좇아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학원은 여전히 다니지 못했지만 그 친한 언니의 말에 따라 여러 공모전에도 나가보고 가르침도 받으며 성장해가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나 두렵습니다 친한 언니에겐 그냥 힘들다고만 말했지 사실은 다시 죽고 싶단 생각마저 들 정도로 숨이 턱 막히고 이 앞이 막막합니다

친한 언니는 청강대 면접 전형을 준비하고 있고 입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절 도와주려 하는 정말 멋진 언니고

또 청강대를 준비하고 있든 친한 오빠가 핸드폰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던 저에게 돈도 안 받고 패드를 준 마음 착한 오빠도 제 곁에 있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 제게 와줬지만 그럼에도 마음에선 너무나도 두려워요 제가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아서 너무 두려워요 너무 무서워요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눈물이 계속 나요 제가 그림을 정말 좋아했나라는 의심도 들어요 그냥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제 긴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4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질문자님, 현재 어머니와 관련해서 갈등이 있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찢어집니다… 우선, 그림을 좋아하는 그 예쁜 마음만큼은 진짜일겁니다. 그동안 꾸준히 해온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이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어떤 말도 와닿지가 않고, 세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어머님때문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무미건조한 답변을 듣는 것만큼 상처인게 없죠… 하지만 저는 어머님의 행동도, 질문자님이 받은 상처도 전부 이해가 됩니다. 그림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걸 직접 경험하신 어머니께서는 그걸 잘 아시니까요. 게다가 첫째언니도 힘든 상황이니, 더 그럴법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이에게 사랑을 주어야합니다. 결혼해서 부부가 되고 아이를 가진 이상,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어야하는게 부모님의 의무입니다. 질문자님께선 현재 언어적인 표현을 제대로 못 받고 있고, 일말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널 왜 낳았지, ATM 기기로 생각하는 건 아니냐는 발언은 절대 입에 담아선 안될 말입니다. 물론 돈을 벌어야 생업이 가능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자식이 꼭 돈을 벌 수 있어야 가치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돈을 못 벌면 가치가 없어지는 걸까요? 저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자식을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저라도 너무 외로웠을 것이고, 숨막힐 것 같습니다. 곁에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저라도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채택 보상으로 63베리 받았어요.

    채택된 답변
  • 특성화고면 잘 그리는 친구들도 많고 그 중 재능 있다고 꾸준히 들어온 친구들도 많을텐데 그런 친구들한테 가장 잘 그리는 애로 인정받으신거면 작성자분은 재능이 충분하신 것 같은데요? 두려워하실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아 보여요.

  • 작성자님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제가 어떤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림에 실력이 있으신건 분명합니다

    너무 주눅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그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제일 가까운 사람한테 "잘했다" 한 마디 듣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근데 그게 계속 안 돌아왔으니까, 그 공허함이 얼마나 컸을지.

    언니한테도 다 말 못 하고 혼자 삭이고 있는 부분들, 오늘 여기서라도 조금 풀어내셨으면 해요. 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