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옮긴다고 원본의 가치가 줄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은데, 파일로 만들어 두면 볼 때마다 원본을 꺼내 만질 일이 없어져서 사진이 덜 상합니다. 종이 사진이 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손을 타는 것입니다.
사진의 가치는 두 갈래로 나누어 보시면 정리가 됩니다. 하나는 그 안에 담긴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종이 그 자체입니다. 앞의 것은 복사해도 그대로 남지만 뒤의 것은 원본에만 있습니다. 파일로 옮기는 일은 앞의 것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종이 그 자체의 가치는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커집니다. 뒷면에 적힌 날짜와 글씨, 사진관 도장, 색이 바랜 정도까지 그 시대를 담고 있어서, 이건 아무리 좋은 장비로도 다 옮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사진의 가치가 줄어드는 경우는 파일로 옮겼을 때가 아니라, 옮겼으니 됐다고 원본을 버리거나 아무 데나 두었을 때입니다. 흔히 하는 실수인데 이것만 안 하시면 됩니다.
옮기실 때 몇 가지만 지키시면 좋습니다. 해상도는 삼백 이상으로 하시고, 화질이 깎이는 형식보다 원본에 가까운 형식으로 저장하세요. 그리고 뒷면에 글씨가 있으면 그것도 같이 찍어 두시면 좋습니다.
원본 보관도 함께 신경 쓰시면 좋습니다. 사진은 빛과 습기에 약하니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세워서 두시고, 비닐 앨범에 오래 두면 표면이 들러붙으니 종이 봉투나 전용 보관함이 낫습니다.
정리하면 파일로 옮기는 일은 원본의 가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일입니다. 다만 옮기고 나서 원본을 소홀히 두시면 그때 진짜로 잃게 되니, 두 가지를 함께 남기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