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녀분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ADHD는 현재 알려진 정신건강의학 질환 중 유전적 요인이 가장 강한 축에 속합니다. 쌍둥이 연구들을 종합하면 유전율이 약 70에서 80% 수준으로 보고되는데, 이 수치는 고혈압이나 당뇨보다도 높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ADHD면 자녀가 ADHD일 가능성은 일반 인구 대비 5배에서 10배 정도 높아진다고 보면 됩니다. 자녀분의 경우 기면증과 ADHD가 동반된 형태인데, 이 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 수면 조절과 각성 유지를 담당하는 신경 회로가 ADHD와 부분적으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상태에서 기저 신경 발달 취약성이 두 진단으로 발현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의 ADHD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릴 때 물건을 잘 잃어버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진단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ADHD의 핵심 기준은 DSM-5 기준으로 12세 이전에 증상이 있어야 하고, 두 가지 이상의 환경(예: 가정과 학교)에서 기능 손상이 있어야 하며, 증상이 다른 원인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ADHD의 '부주의' 항목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할 부분이 있습니다. 뇌전증의 경우 — 특히 소아기에 발병하고 열성 경련으로 시작된 경우 — 주의력과 기억력, 실행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꽤 축적되어 있습니다. 뇌전증 자체가 ADHD와 유사한 인지적 프로파일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감별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 약을 드시고 계시지 않은 상태이지만, 과거 뇌전증 경력이 현재의 인지 기능에 남긴 흔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일상에 지장이 없으면 굳이"라고 하신 건 임상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진단은 치료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고, 기능 손상이 없다면 치료 적응증도 약해지니까요. 다만 본인의 자기 이해나 자녀와의 공유된 맥락을 위해 검사를 원하신다면 그 이유도 충분히 타당합니다. 검사 자체가 해가 되는 건 아니고, 원하신다면 신경심리검사가 가능한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보시는 것도 선택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