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진 수의사입니다.
우선 보호자님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강아지가 사람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는 행동은 사실 ‘실수'라기보다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의도된 행동'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9살은 강아지 나이로 이제 노령기에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방광과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소변을 참기가 힘들어집니다.
• 방광염 또는 방광결석: 방광에 염증이나 결석이 생기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찌릿한 통증이 생깁니다.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기존 패드에 가면 아프다'**고 느끼거나, 패드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에 참지 못하고 '물기가 있고 시원해서 배변 느낌이 잘 오는' 사람 화장실 바닥으로 직행해 버릴 수 있습니다.
• 전립선 문제: 중성화 수술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수컷 강아지들은 전립선 비대증 등 전립선 관련 질환으로 인해 배뇨 곤란이나 빈뇨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행동학적으로는,왜 하필 거실 구석이 아니라 사람 화장실일까요?
• 보호자의 냄새와 흔적: 화장실은 보호자님이 매일 배변을 보고 씻는 공간이라 보호자의 강력한 체취와 배변 냄새가 남아있습니다. 강아지는 그 냄새를 맡고 **"아, 여기는 집안의 공식 대형 배변판이구나!"**라고 착각하기 아주 쉽습니다.
• 깔끔한 배변 습관: 실키테리어 같은 테리어 견종들은 영리하고 깔끔한 편입니다. 기존 배변 패드에 소변 자국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거부감을 느끼고, 물로 싹 씻겨 내려가는 화장실 타일 바닥을 더 청결한 배변 장소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9살 노령견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도 관절염을 조금씩 앓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기존 배변판이 턱이 높거나 미끄러운 곳에 있다면, 다리가 아픈 아이는 거기를 올라가는 대신 턱이 없고 평평한 화장실 바닥을 선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