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점토로 만든 도자기 표면에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서 구우면 반짝이는 유리질 코팅이 형성되는 현상은 화학적 융해와 냉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태 변화의 결과입니다. 유약의 핵심 성분은 유리의 뼈대를 이루는 이산화규소와 이 이산화규소의 녹는점을 낮춰주는 플럭스입니다. 원래 이산화규소는 천칠백 도가 넘는 매우 높은 온도에서만 녹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마 온도에서는 액체로 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때 함께 섞인 플럭스가 화학 작용을 일으켜 이산화규소의 녹는점을 천이백 도 안팎으로 크게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마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산화규소와 플럭스가 서로 반응해 녹기 시작하면, 유약은 걸쭉한 액체 상태가 되어 점토 표면을 따라 흘러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유약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 점토 표면에 무수히 존재하는 미세한 기공과 틈새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게 됩니다.
이후 가마의 불을 끄고 서서히 식히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액체 상태였던 물질이 식을 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면서 결정 구조를 만들지만, 가마가 식는 속도는 유약 성분들이 규칙적인 구조를 갖추기에는 너무 빠릅니다. 그 결과 원자들은 불규칙하게 엉킨 유동적인 배열 상태 그대로 굳어버리는데 이를 비정질 또는 유리질 구조라고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내부의 경계면이 없어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거나 매끄럽게 반사하므로 거울처럼 반짝이는 투명한 광택을 띱니다. 동시에 액체가 굳으면서 표면의 빈틈을 완벽하게 밀봉했고 내부에도 물이 통과할 틈새가 전혀 없기 때문에 완벽하게 수분 흡수를 차단하는 방수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