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아래와 같은 원칙들을 활용하는게 강박에 도움될까요?

성별

남성

나이대

20대

안녕하세요. 곰곰히 정리를 해보니 제 강박의 큰 공통점이 보이는데 하나는 '법적으로 문제되는 걸 했을 지도 몰라'고 나머지 하나는 '피곤하면 그걸 했을 거야'인거 같습니다. 근데 제가 아는 대로 정리하면 N3단계의 잠에 빠지려면 단순히 잠시 졸아서 될게 아니고 침대에서 편한 상태로 잘 때나 가능하며 / 거기에다가 몽유병이 발현되려면 원래 증상을 겪고 있거나 겪고 있지 않다면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예전에 딱 한번 그런 적 있긴합니다. 자고 일어나보니 아하를 킨 기록이 새벽에 있더라고요. 법으로 걱정해서 머리가 너무 아팠던 날로 기억합니다.) / 마지막으로 N3단계의 깊은 잠에서 전자기기로 뭔가를 하고 지우고 까먹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강박의 두 축 중 하나인 전자기기 관련 강박은 논리학적으로 깨어있을 때는 뭔가 잘못된걸 하고(성희롱적 음성메시지를 전송하든 채팅을 치든 불법적 사이트를 접속하든 등등)까먹는게 불가능하고, 얕은 잠에서는 몽유병이 안생기니까 안되고, 깊은 잠에서는 몽유병이 발현되어도 그런 고도의 행위를 할 수 없다면 결론이 불가능하다로 귀결되잖아요. p→q이고 -p→q이면 뭐가 됐든 q니까요. 이러면 최소한 집에 있을 때는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불법행위를 하고 잊는건 절대 불가능하다 원칙을 세우고 아무리 강박이 흔들어도 무시하고(신체적 불법행위 강박은 많이 이기고 있습니다 ㅎㅎ) 나가서 생활할 때만 주의하다가 이마저도 원칙을 확장시키면 강박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을 까요?(완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듣기는 했습니다ㅠ)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강박장애(OCD)에서 '논리로 강박을 반박하는' 접근은 매우 자연스러운 시도입니다. 그리고 질문자께서 정리하신 수면 단계 논리는 실제로 틀리지 않습니다. N3 수면(서파 수면)에서 스마트폰으로 특정 앱을 열고, 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삭제하고, 기억에서 지운다는 건 신경생리학적으로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몽유병 삽화 중에도 대개 단순 반복 행동(냉장고를 열거나 걷는 정도)이 나타나고, 스마트폰 조작 같은 순차적·목적 지향적 행동은 전두엽 집행 기능이 필요한데, 이 기능은 깊은 수면 중 사실상 차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강박장애의 본질이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OCD에서 나타나는 침투적 사고는 전두엽-선조체 회로의 오작동으로 인해, 논리적으로 반박된 이후에도 '하지만 혹시?'라는 의심이 재점화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논리로 한 번 이기면, 강박은 그 논리의 빈틈을 찾아 다른 각도로 돌아옵니다. 질문자께서도 이미 경험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원칙이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단, 이 원칙을 '강박이 올 때마다 꺼내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용도'로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이건 ERP(노출 및 반응 방지) 치료의 관점에서 '재확인 행동'의 변형이 될 수 있거든요. 논리로 자신을 안심시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중화(neutralization) 의례가 되어 강박 회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활용 방법은, 이 논리를 '치료적 맥락에서 한 번 정리해두는 틀'로 쓰고, 강박이 올 때는 의도적으로 그 생각에 답하지 않는 훈련을 병행하는 겁니다. 즉, '그 생각이 왔구나, 근데 나는 반응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강합니다. 완치보다는 '강박이 와도 내 삶을 방해하지 못하는 상태'를 목표로 잡는 게 현실적이고, 이건 치료를 통해 충분히 도달 가능한 상태입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 중이시다면 이 논리 구조 자체를 치료자와 함께 검토해보시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