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 막바지에만 그런다니 신경 쓰이시겠어요. 그런데 질문에 이미 좋은 판단이 들어 있습니다. 드레인이 막힌 거면 틀 때마다 계속 떨어져야 한다는 말씀, 그게 맞습니다. 막힘은 간헐적으로 생기지 않아요.
더 결정적인 단서는 물이 나오는 위치입니다. 실내기 안 물받이에서 넘친 물은 앞쪽 바람 나오는 쪽으로 흘러나옵니다. 벽과 에어컨 사이에서 나온다면 물받이가 아니라 그 틈을 지나는 배관과 벽 구멍에서 생긴 물이에요. 손댈 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자리에서 물이 생기는 이유는 결로입니다. 차가운 배관 표면이 주변 공기의 이슬점보다 낮아지면 표면에 이슬이 맺혀요. 배관을 감싼 보온재가 갈라졌거나 테이프가 벌어진 자리가 있으면 거기만 맨살이 되어 물이 맺히고 떨어집니다.
왜 여름 막바지에만인지도 설명됩니다. 결로는 온도보다 습도가 결정하는데, 늦여름 비 오는 날은 기온이 조금 내려가도 공기가 머금은 물이 많아 이슬점이 높아지거든요. 거기에 하루 종일 돌리면 배관이 계속 차가운 상태로 있고요. 재작년에 껐다 다음날 켜니 멎었다는 것도 막힘보다 이쪽에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나 더 볼 것은 벽 구멍입니다. 배관이 지나는 구멍은 바깥쪽이 낮게 기울어야 하는데 수평이거나 실내 쪽이 낮으면 비 오는 날 빗물이 타고 들어옵니다. 물이 떨어진 날이 비 온 날과 겹치는지 적어 보세요. 그것만으로 결로인지 빗물인지 갈립니다.
확인은 손전등으로 벽과 실내기 사이를 비춰 보온재가 갈라졌는지, 벽 구멍 실리콘이 삭았는지 보시면 됩니다. 조치는 보온재를 덧감고 테이프로 마감하고, 구멍은 실리콘으로 다시 메우는 것이고요.
기사님을 부르실 때 표현이 중요합니다. 물이 샌다고만 하면 드레인 청소만 하고 갑니다. 앞이 아니라 벽과 에어컨 틈에서 나오고 늦여름에만 그런다고 말씀하세요. 냉매가 부족해 냉각핀이 얼었다 녹으면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같이 봐 달라고 하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