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 번씩 15만 원을 들이시는데도 냄새가 안 잡힌다면, 그건 세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냄새의 출처가 열교환기가 아닌 다른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옛날 에어컨으로 바꾸셔도 똑같을 확률이 높습니다.
먼저 구리 이야기부터 정리하면, 지금 나오는 에어컨도 냉매가 지나가는 배관은 대부분 여전히 구리입니다. 겉에 촘촘하게 붙어 있는 얇은 판이 알루미늄인 건데 이건 예전 제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질이 바뀌어서 곰팡이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곰팡이가 생기는 진짜 이유는 물기입니다. 냉방을 돌리면 열교환기에 이슬이 잔뜩 맺히는데, 젖은 상태 그대로 전원을 꺼버리면 그 물기가 안에 갇힌 채로 남아서 곰팡이가 자랍니다.
그래서 냉방을 끄시기 전에 송풍으로 바꿔서 20분에서 30분 정도 돌려 말려주시는 게 세척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요즘 제품에는 자동건조나 청정건조 같은 이름의 기능이 있으니 그걸 켜두셔도 됩니다.
그리고 세척으로는 절대 안 잡히는 냄새의 아주 흔한 범인이 배수 호스입니다. 에어컨에서 나온 물이 빠져나가는 호스인데, 이 끝을 하수구나 배수구에 그냥 꽂아두면 하수 냄새가 호스를 타고 실내기로 거꾸로 올라옵니다.
이 경우에는 에어컨을 켤 때보다 오히려 껐을 때 냄새가 더 나거나, 위아래층에서 물 쓰는 소리가 날 때 확 올라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짚이시는 게 있으면 호스 끝을 배수구에서 빼내어 따로 받아보세요. 며칠이면 답이 나옵니다.
실내기 아래에 있는 물받이 접시도 확인 대상입니다. 설치할 때 기울기가 제대로 안 잡히면 물이 안 빠지고 계속 고여 있게 되는데, 여기서 나는 냄새는 열교환기를 아무리 닦아도 그대로 남습니다.
세척 업체를 부르셨을 때 송풍팬을 빼서 따로 씻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바람 나오는 안쪽에 들어 있는 원통 모양의 팬인데, 사실 냄새의 핵심은 여기인데도 커버만 열고 약품을 뿌리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냄새의 출처가 에어컨이 아니라 뒷벽일 수도 있습니다. 배관이 지나가는 벽면에 결로가 생기면 벽지 뒤쪽에서 곰팡이가 피는데, 에어컨을 켜면 바람이 그쪽 공기를 밀어내기 때문에 에어컨 냄새처럼 느껴집니다.
옛날 에어컨을 구하시는 것 자체는 중고로 가능하지만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예전 냉매는 환경 규제로 생산이 줄어서 가스 충전 비용이 많이 올랐고, 전기요금도 요즘 제품과 비교가 안 됩니다. 한 달에 30만 원을 세척에 쓰시는 대신, 그 돈으로 설치 상태와 배수 쪽부터 제대로 점검받아 보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