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 왔을 때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정말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그냥 세특 큼직한거 2-3개랑 기말고사 준비를 병행했을 뿐인데

어느 날 학원을 가야하는 날 숙제를 못했는데

그 순간 정말 팅- 하고,

내내 팽팽하게 붙잡고 있던 고무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순간 탈력감이 엄청나게 들면서

제 자신에 대한 혐오와 회한과 자책감이 들고

펜을 잡아도 문제를 못 풀겠고...

원래 공부를 좀 하던 사람이라 그래도 수업은 꾸역꾸역 들으면서 머릿속에 욱여넣고 있긴 한데

모든게 다 엉킨 느낌이에요

바라던 꿈도, 대학도, 그냥 모든 걸 놓고

굶어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고

어차피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꿈과 세상은 짓밟힌지 오래인데 난 어째서 아직 두 발로 서 살아있는 것인가 싶고.

아... 정말 어떡하죠. 그냥 전부 포기해버리고 싶은데, 손수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제가 지금껏 쌓아올린 노력들을 제 발로 부수고 싶진 않아요

5개의 답변이 있어요!

  • 글을 보니 게으름이라기보다 번아웃에 가까워 보여요...ㅠㅠ 지금까지 계속 버티고 달려오다가 어느 순간 한계가 온 것 같네요 지금은 왜 이것밖에 못하지? 하면서 자신을 더 몰아붙이기보다 일단 잠깐 숨을 돌리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걸 부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혼자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면 부모님, 선생님, 상담 선생님께 꼭 이야기해보세요 지금 상태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너무 오래 버틴 사람의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 잠시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냥 쉬세요.

    공부도 공부지만 본인이 가장 쉬어야 할때 제때 쉬지 못하여서

    과부하가 온거일수도 있고 번아웃이 온거일수도 있어요

    충분한 휴식을 조금이나마 즐기고 천천히 다시 시작하면 좋을 거 같아요 ~

  • '신속한반달곰178'님, 보내주신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 저릿하고 먹먹했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고무줄이 '팅-' 하고 끊어져 버린 순간의 그 거대한 무력감과 탈력감이 얼마나 외롭고 무거웠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큼직한 세특 준비에 기말고사 압박까지, 그동안 남들은 모르는 중압감을 견디며 매 순간 자신을 채찍질하고 100%를 넘어 120%의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달려오셨던 거군요. 원래 공부를 성실하게 잘해오던 분이었기에, 숙제를 못 했다는 그 작은 틈 하나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자책감과 혐오감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지금 반달곰178님이 겪고 계신 상태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번아웃(Burnout, 소진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영혼과 신체의 에너지를 불태워 완전히 재만 남은 상태인 것이죠. 무기력의 늪이 너무 깊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고개를 들 만큼 마음이 심하게 다치고 방전된 상태입니다.

    이 깊은 터널 속에서 스스로 쌓아 올린 노력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버티고 계신 반달곰178님께, 제가 그리고 많은 선배들이 이 시기를 지나올 때 도움이 되었던 현실적인 마음 처방전을 건넵니다.

    1. 끊어진 고무줄을 억지로 이으려 하지 마세요 (완벽한 방전 인정하기)

    고무줄이 끊어졌을 때는 다시 팽팽하게 당기려고 해봤자 묶이지도 않고 손만 아픕니다. 지금은 끊어진 고무줄을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가만히 두어야 할 때입니다.

    • 마음 가이드: "내가 왜 이럴까, 정신 차려야지"라며 스스로를 혼내지 마세요. 뇌와 몸이 "나 그동안 죽을 힘을 다해 버텼어. 제발 잠깐만 숨 좀 쉬게 해줘"라고 눈물로 애원하고 있는 신호입니다. 문제를 못 풀겠다면 펜을 내려놓으세요. 숙제를 못 해서 학원 가기 두렵다면, 지금 내 마음이 아파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어야 합니다.

    2. '뇌'의 에너지를 차단하고 멍 때리기 (도파민과 생각 정지)

    불안과 자책, 꿈과 미래에 대한 거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엉켜서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생각의 전원 플러그를 강제로 뽑아야 합니다.

    • 행동 팁: 학원 수업을 꾸역꾸역 듣고 계신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서실에서 억지로 책을 붙잡고 앉아 "난 왜 안 될까" 하는 지옥 같은 생각을 반복하느니, 하루나 이틀 정도는 부모님께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완전히 쉬어 가세요. 스마트폰도 멀리하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멍을 때리거나,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하거나, 좋아하는 잠을 실컷 자며 뇌가 회복할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3. 통제 가능한 '아주 아주 작은 성취'만 하기

    무기력증이 오면 대학, 미래, 꿈 같은 거대한 담론들이 나를 짓누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죠. 이럴 때는 시선을 발끝으로 아주 좁혀야 합니다.

    • 행동 팁: 오늘 하루의 목표를 '기말고사 수학 기출 풀기'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기', '이불 개기', '신발 바르게 놓기' 같은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것으로 잡으세요.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을 성공 시키면서, 무너진 자존감과 통제력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복구 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 마지막 끈을 붙잡고 있는 자신을 안아주기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반달곰178님은 지금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마지막 문장에 "지금껏 쌓아올린 노력들을 제 발로 부수고 싶진 않아요"라고 적어주셨습니다.

    이 문장이야말로 반달곰178님 내면에 있는 '살아가고자 하는 아주 강력한 불씨'이자 '자신을 향한 깊은 사랑'입니다. 억울하게 짓밟힌 꿈과 세상 속에서도,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내 노력의 가치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그 본능적인 마음이 당신을 붙잡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고 있는 스스로를 가엽게 여기고, 참 고생했다고 마음속으로 꼭 안아주세요.

    💡 반달곰178님을 위한 오늘의 한마디

    지금 모든 게 엉킨 것 같고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인생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에 잠시 실패해 다리에 쥐가 난 것뿐입니다. 주저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숨을 고른다고 해서 지금까지 뛰어온 거리가 사라지거나 반칙패를 당하지 않습니다.

    지독한 안개 속을 걸을 때는 멀리 보려 하면 멀미가 납니다. 그냥 바로 눈앞의 한 걸음만 보세요. 시험 범위 전체를 보지 말고, 당장 오늘 읽을 딱 한 페이지, 아니면 그냥 오늘 무사히 밥 한 끼 먹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당신이 성실하게 쌓아 올린 노력의 탑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당신이 며칠 펜을 놓는다고 해서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향한 날카로운 채찍질을 멈추고, 상처 입은 마음을 먼저 돌보아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반달곰178님의 회복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 인생은 길고 긴 마라톤이기에 현재와 같이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실때는 휴식을 취하고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서 천천히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저는 무기력함을 오래 떠안고 사는 편은 아니에요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인데

    저는 늘 무엇 때문인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것이 두려운 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을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저는 늘 답이 나왔어요

    그 과정에서는 피하고 싶은 것도 똑바로 마주봐야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전부 인정해야 해요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