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당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것만 해도 자유당과 녹색당이 있고, 주 단위까지 세면 등록된 정당이 수백 개예요. 후보도 내고 유세도 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매번 나옵니다. 다만 당선이 거의 안 되니까 뉴스에 안 나올 뿐입니다.
왜 당선이 안 되냐면 미국 선거 제도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 선거구에서 일등 한 명만 뽑고 나머지는 전부 탈락입니다. 이십 퍼센트를 받아도 이등이면 얻는 게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주는 비례대표가 아예 없습니다. 그러니 삼등 할 것 같은 당에 표를 주면 그 표가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라, 유권자들이 알아서 당선 가능성 있는 둘 중 하나로 표를 몰아줍니다.
정치학에서는 이런 제도에서는 결국 두 개의 큰 정당만 살아남는다고 정리해 두었습니다. 프랑스 학자 이름을 따서 뒤베르제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은 그 법칙의 가장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대통령 선거도 주마다 일등이 그 주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는 방식이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고요.
그래서 제삼당은 당선보다 판을 흔드는 쪽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천구백구십이년 대선에서 로스 페로라는 무소속 후보가 전국에서 십구 퍼센트를 얻었는데 선거인단은 한 명도 못 받았어요. 이천년 대선에서는 녹색당 후보가 가져간 표가 플로리다 승부를 갈랐다는 논란이 있었고요. 이걸 표를 갉아먹는다는 뜻으로 스포일러 효과라고 부릅니다.
양당 말고 아예 못 되는 건 아닙니다. 연방 상원에는 지금도 무소속 의원이 있어요. 다만 그분들도 실제 의정 활동은 두 당 중 한쪽과 함께합니다. 혼자서는 상임위 배정 같은 걸 받을 수가 없거든요. 주지사나 주의회 단위에서는 제삼당이나 무소속이 당선된 사례가 더 있습니다.
요즘은 이 구조를 바꿔 보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메인주와 알래스카주는 후보에게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방식을 도입했어요. 일등이 과반을 못 넘기면 꼴찌를 빼고 그 표를 다음 순위로 넘기는 식이라, 소신 투표를 해도 표가 버려지지 않습니다. 이런 제도가 퍼지면 미국의 양당 구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