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재수포기한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20살이고 현재 양극성장애 2형과 ADHD를 앓고 있습니다.

원래는 성적 상위권이었고, 공부에 굉장히 집착할 정도로 노력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고, 밥 먹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계속 공부할 만큼 성실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말부터 정신질환이 발병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어떻게든 성적을 유지했지만 고2부터 성적이 계속 떨어졌고 결국 고3 때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후 정시로 방향을 바꿨지만 대입에 실패했습니다.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재수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관리형 독서실에서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만 있는 상태입니다. 스스로도 이런 모습이 싫고 답답합니다. 머리로는 “그냥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몸이 움직이지 않고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어가 강점이라는 점을 살려 문과 편입을 몰래 준비해보려 했지만, 편입 공부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어도 대부분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부모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으며,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던 첫째인 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학벌주의 성향이 강하고, 두분다 학업 관련 압박을 많이 주는 편입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 문제로 맞거나 폭언을 듣는 일이 있었고, 가족 분위기도 화목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제가 편입을 준비하고 싶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기가 매우 두렵습니다. 부모님은 이공계를 원하시는데 저는 문과 편입을 생각하고 있고, 편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력서에 편입 기록이 남는 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 때문에 강하게 반대하실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놓았을때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시고 의지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이전에 편입에 대해 비하하는 말을 하신적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재수 이전에 공기업 고졸전형 취업도 고민해봤지만, 부모님은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너가 직접 고졸로 살고 뼈저리게 깨달아봐라”, ”너가 지금 할줄 아는게 국영수밖에 더있냐 지금상태론 취직 어림도 없다“, 이거 말고도 급여나 받을 대우들을 비하하는 말을 하시며 강하게 비난하셨습니다.

지금 제 가장 큰 목표는 취업이든 편입이든 무엇이든 간에 부모님의 압박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곧 6월 모의고사가 다가오고 있고, 부모님은 계속 “6모 준비는 잘 되고 있냐”고 물으십니다. 실제로는 이미 재수를 포기한 상태에 가까운데, 언제 어떻게 그 사실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도 매일 독서실에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앉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우울하고 멍하니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모님이 성인이 된 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계신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안정적인 환경이라는 점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경제적 지원이 중단되더라도 파트타임일을 통해 스스로 생활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저는 지금 정신적으로 지쳐 있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거나 조언 주실 수 있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갑사합니다.

3개의 답변이 있어요!

  • 저랑도 비슷한 점이 있으시고 또 비슷한 사람을 둬서 지나치지 못하게 되네요.

    저는 외동이고, 어려서부터 가진 건 머리밖에 없다는 말도 들어가며 과학영재 하고 그랬었습니다. 저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그래서 너무 부담스러웠고 공부를 해도 실패할까, 버려질까, 두려워서 공부를 놓아버렸습니다. 중학교때는 온종일 게임만 해서 교과서는 보지도 못했습니다. 다만 저는 부모님의 바램으로 부정적 시선은 그다지 받지 않았고, 비교적 압박이 적고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고, 당연히 학원도 안 다녔고 그럭저럭인 성적 내다가 적당한 대학교로 눈을 낮췄습니다. 혼나지 않았기에 더 느슨했던 걸지도 모르죠.

    그래도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저는 학벌도 그렇지만 교수나 높은 연구직을 바랐거든요. 지망하는 대학은 거의 서연고카포인데 제가 간 곳은 한참은 낮은 학교였습니더. 남들에 비해 억지로라도 앉아본 시간 자체가 짧아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버거웠고 저 또한 10년 가까이 우울증울 앓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진 고기능 우울장애입니다.

    그래서 몰래 반수를 선택했으나 휴학은 등록금에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어 하지 못했고 결국 무리하다가 저혈압이 와서 수능도 못 보게 됩니다. 근데, 사실 봤어도 무너졌을 겁니다. 순공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는 간절했고, 지금도 간절하지만 시작이 너무 버거웠습니다.

    억지로 취미도 늘려보고 어떻게는 괜찮아지려 했지만 결국 한 달을 내리 아무것도 안 하고 마음 편히 쉬고 나서야 연필을 잡을 힘이 났고 집중력이 차츰 돌아왔습니다. 기저에 있는 불안감은 그렇게 제 앞길을 막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작성자님보단 좋은 환경이었을 수 있겠지만 우울증이라는 병이 10년을 숨막히게 한 저였으니 공부를 해야한다는 걸 알고 마음먹고 하면 된다는 걸 알아도 손이 안 움직이는 그 심정만은 공감이 되네요. 결론적으로 저는 제 돈 모아서 학은제를 신청했고 빠른 시일 내로 편입이 하고 싶어 연고대 편입을 준비중입니다. 5월에서야 좀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해야 제가 살 것 같아서요.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 친구는 3녀 1남 막둥이에 어려서 수학에 재능을 보여 부모님께서 기대가 많으셨는데 그쪽 집안도 폭력적이었고, 압박이나 가스라이팅이 엄청 심했다 합니다. 기대하던 것보다 한참 낮게 온 대학교에서 학점을 못 받아오자 심하게 맞았고, 등록금이나 용돈 등을 들먹이며 이번에는 제대로 해오라는 잔소리를 하루에 두세 번씩 전화로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용돈 모아서 가족들 차단하고 자취를 시작하더군요. 단 한 번 뿐인 청춘을 숨 막히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자신의 성공이 느리면 안 되는 이유도 모르겠다며 학부는 이십대 내로만 졸업하자는 느슨한 목표를 잡고 이제서야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차단하기 직전엔 돌아가면 아버지가 자신을 정말 살해할지도 모른다 같은 말까지 해가며 심각해 보였는데, 자취하고 정신과도 다니다 보니 안색이 엄청나게 달라지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용기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견뎌내고 재수 성공하시는 그림도 너무 좋겠지만, 정신적인 문제가 심하다면 우선 순위는 성공이 아닌 치료가 맞습니다. 마지못해 공부를 이어나가도 결국 정신적 문제가 발목을 붙잡을 확률은 9할을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스스로 확신도 하셨고요. 재수를 실패하게 된다고 하면 그때 가서 또 관계는 나빠질 테니 그저 솔직하게, 그러나 최대한 정성스럽게 부탁해 보세요. 지금은 가족과 연을 끊은 그 친구도 처음엔 설득을 시도했습니다. 옆에서 그런 걸 봐왔는데, 내게 어떤 문제가 있고, 왜 이래야만 하는지, 그 선택지에는 어떤 비전이 있는지를 정리해서 전달하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이해를 해주십니다.

    허나 작성자님을 통제하고 싶다거나 부정적인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다면요… 작성자님은 성인입니다. 차라리 가능한 선에 서 독립을 준비하거나 그러면 나는 전부 안 하겠다, 대화 안 하겠다 등등 강력한 선언을 하세요. 20대는 누군가의 압박 아래에서 헤매기엔 너무 짧고 또 찬란한 시기입니다.

  •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몸이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양극성 장애와 ADHD라는 질환이 재수라는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과 충돌하며 발생한 뇌의 '일시 정지' 상태이므로 결코 본인을 자책하거나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릴 때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보고'의 형식을 취하되, "열심히 하려 했으나 현재 뇌 질환의 영향으로 학습 효율이 전혀 나지 않아 경제적 낭비를 막기 위해 재수를 중단하고자 한다"는 결론을 먼저 차분하게 전달하고 이후의 독립 계획을 담담히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편입이나 취업에 대한 비난이 예상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본인을 파괴하기보다는 "일단 스스로 생활비를 벌며 정신적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로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여 부모님의 압박이 닿지 않는 심리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의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길일 수 있습니다. 학벌주의가 강한 아버지와 냉담한 반응을 보이시는 부모님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마라톤의 막바지 언덕을 오르는 것보다 힘들겠지만, 완벽한 이해를 받으려 하기보다 '내 인생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음'을 알리는 통보라고 생각하시고 결과에 상관없이 본인의 상태를 정직하게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을 이루시는 것입니다.

  • 지금 상황에서는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으시면 털어놔보세요...

    힘든 상황일수록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챙겨야해요

    내 몸이 망가지면 아무것도 할수없어요

    그러니까 몸 부터 챙기시고 부모님과 대화는 조금 안정적인 때가 되면 진지하게 말씀 드려보세요

    아마 이해해주실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