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색 비강진과 체부백선은 초기 병변의 모양이 비슷해서 임상적으로 혼동되는 경우가 실제로 꽤 있습니다. 둘 다 둥글거나 타원형의 인설성 병변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육안 진단만으로는 감별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고, 그래서 곰팡이 감염이 장미색 비강진으로 오인되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는 사례가 보고되곤 합니다.
문제는 이 두 질환에 대한 치료 방향이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장미색 비강진은 바이러스성 원인이 의심되는 자연 치유되는 질환으로 스테로이드가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체부백선은 곰팡이 감염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국소 면역이 억제되면서 곰팡이가 오히려 더 깊고 넓게 번지게 됩니다. 이걸 스테로이드 변형 백선이라고 부르는데, 1년 가까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셨다면 곰팡이가 피부 깊은 층까지 자리 잡으면서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범위가 넓어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항진균제로 치료를 바꾼 뒤 증상이 더 심해지고 번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은, 실제로 곰팡이가 새로 퍼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스테로이드에 의해 억제되어 있던 염증 반응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나타나는 반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반응 자체를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곰팡이가 있어도 염증 반응이 약하게 나타났을 수 있는데, 이게 사라지면서 몸이 곰팡이에 대해 정상적인 염증 반응을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붉어지고 가렵고 범위가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게 정상적인 호전 과정인지, 정말 항진균제가 효과를 못 보고 곰팡이가 실제로 더 번지고 있는 건지는 사진이나 직접 진찰 없이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1년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곰팡이 양이 상당히 많이 증식된 상태였다면, 국소 항진균제만으로는 부족하고 경구 항진균제, 즉 먹는 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바르는 약만 쓰고 계신다면, 이 부분을 진료의에게 다시 확인받아보셔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곰팡이 진단을 받은 병원에 다시 방문해서, 현재 증상 악화가 치료 과정 중 예상되는 반응인지, 아니면 약물 변경이나 추가 처치가 필요한 상황인지 명확히 확인받으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KOH 검사로 곰팡이 양을 다시 확인해서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으시길 권합니다. 1년간 고생하신 만큼, 지금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을 다시 확정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