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두는 이유는 정치적인 관계보다 "금 시장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국제 금 거래의 기준 시장이 런던이고(런던금시장협회, LBMA), 실물 금의 표준 규격과 가격 기준도 여기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금을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금고에 맡겨 두는 관행이 오래됐어요.
실무적인 이점도 큽니다. 금을 사고팔거나 담보로 쓸 때, 금고에서 금을 실제로 빼서 배로 옮기지 않고 장부상 소유권만 바꾸면 됩니다. 만약 서울 금고에 두고 있으면 거래할 때마다 운송비와 보험료, 그리고 순도 재검증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런던 금고에 있는 금은 이 "인정된 보관 이력"이 유지돼서 그대로 거래가 됩니다.
뉴욕도 물론 금 보관지로 유명하지만(뉴욕 연준 금고), 뉴욕은 주로 달러·미국 국채 결제와 연결된 성격이 강하고, 실물 금 현물 거래의 중심지는 전통적으로 런던입니다. 즉 안보 동맹 관계와 별개로 "금은 런던, 달러 자산은 뉴욕" 식으로 기능이 갈려 있는 셈이죠.
참고로 우리나라 보유 금은 대부분 영란은행에 위탁 보관 중이고, 이 방식은 독일·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게 쓰고 있습니다. 국내로 다 옮겨오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유동성과 비용 문제 때문에 현 방식이 유지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