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볼 땐 그렇게 재밌어 보이는데 막상 직접 잡으면 금방 시들해지는 거, 저도 똑같이 겪어봤습니다. 취향 문제라기보다 보는 것과 하는 것의 구조가 아예 달라서 그렇습니다.
올라오는 플레이 영상은 열 몇 시간을 십 분으로 줄인 편집본입니다. 말 타고 이동하는 삼십 분, 재료 줍고 정비하는 시간, 같은 구간 다시 하는 시간은 다 잘려나가죠. 특히 레드 데드 리뎀션2는 그 느린 이동과 사소한 절차 자체를 일부러 넣은 게임이라, 하이라이트만 본 사람 입장에서 체감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작들은 애초에 계속 짜릿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를 통과하게 하려고 만든 것들입니다. 초반의 감탄은 대부분 그래픽과 세계관에서 나오는데 그건 일주일이면 눈에 익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시스템도 다 파악돼서 남는 게 반복이라, 딱 그쯤에서 흥미가 꺼지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영화도 독서도 여행도 다 똑같이 느껴진다고 하신 부분은 조금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콘텐츠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넣어도 반응이 잘 안 나오는 상태일 수 있어요.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역치가 올라가서 긴 호흡의 재미가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지쳐 있을 때도 똑같은 증상이 나옵니다.
그럴 땐 받아먹는 활동보다 내가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는 쪽이 회복이 빠릅니다. 몸 쓰는 운동이든 뭔가 만드는 일이든 사람이랑 같이 하는 것이든요. 게임도 혼자 서사물 붙잡는 것보다 친구랑 같이 하는 협동물이 그 시기엔 훨씬 오래갑니다. 만약 몇 달째 뭘 해도 무덤덤하고 잠이나 입맛까지 흔들린다면 취향이 식은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으니, 그때는 한 번쯤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