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맥스웰은 기체가 든 상자를 칸막이로 나누고, 칸막이에 작은 문을 하나 달아두는 상황을 생각했어요. 같은 온도의 기체라도 분자 하나하나의 속도는 제각각이니, 문 옆의 누군가가 빠른 분자가 올 때만 문을 열어 오른쪽으로 보내고 느린 분자는 왼쪽으로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이 지나면 오른쪽은 뜨거워지고 왼쪽은 차가워져요. 문은 아주 가볍게 여닫으니 일을 거의 들이지 않았는데 온도 차가 생긴 거예요. 온도 차가 있으면 열기관을 돌릴 수 있으니, 공짜로 에너지를 뽑는 영구기관이 가능해지고 엔트로피가 저절로 줄어드는 셈... 이 되어 제2법칙과 정면으로 부딪혀요.
해결의 실마리는 악마가 하는 일이 공짜가 아니라는 데서 나왔어요. 1929년 실라르드는 분자의 속도를 재고 판단하는 과정 자체에 엔트로피 비용이 따른다고 봤어요. 결정적인 설명은 1960~80년대 란다우어와 베넷이 내놨는데, 측정은 원리적으로 에너지 없이 할 수 있어도 기록을 지우는 일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악마의 기억 공간은 유한해서 계속 일하려면 이전 기록을 지워야 하고, 정보 1비트를 지울 때마다 최소한의 열이 반드시 주변으로 빠져나가요.
이 열로 늘어나는 엔트로피가 기체에서 줄어든 엔트로피보다 항상 크거나 같아서, 전체로 보면 제2법칙은 깨지지 않아요. 2012년에는 실제로 1비트를 지울 때 나오는 이 최소 열량이 실험으로 측정되기도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