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가을철 대기가 극도로 건조해지면 산림 내 목재의 수분 함량이 낮아져 산불 확산 속도가 무섭게 빨라집니다. 목재가 연소하려면 외부 열을 흡수해 성분이 분해되는 열분해 과정을 거쳐 가연성 가스를 배출해야 합니다.
여름철처럼 목재 내 수분이 많을 때는 열이 공급되더라도 수분을 증발시키는 잠열로 먼저 소비되므로 목재 자체의 온도가 쉽게 오르지 않습니다. 반면 가을철 건조기에는 수분이라는 열적 방어벽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화재 발생 시 공급되는 열이 고스란히 목재의 온도를 높이는 데 쓰이며, 열분해 시작 온도까지 도달하는 유도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됩니다.
이처럼 빨라진 열분해는 곧바로 폭발적인 가연성 가스 방출로 이어집니다. 수분이 많은 목재는 열분해 시 수증기가 함께 나와 가연성 가스를 희석하고 산소 공급을 차단하지만, 건조한 목재는 불순물 없는 고농도의 메탄, 일산화탄소 등 가연성 가스를 순식간에 뿜어냅니다. 이 가스들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격렬한 불꽃을 일으키고, 그 화염이 유발한 고열이 주변의 마른 나무들을 다시 초고속으로 열분해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결과적으로 불이 붙는 시동 단계와 화력을 키우는 가스 분출 단계가 동시에 가속화되면서 진화가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번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