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나 땅콩처럼 생명에 아무 위협이 없는 물질에 우리 몸에 왜 알레르기라는 과민 반응을 일으킬까요?

면역 체계가 무해한 외부 물질을 위험한 병원체 오인하여 히스타민을 과다 분비하는 면역학적 오류가 왜 발생하는 지, 그리고 현대인에게 이런 현상이 더 흔해진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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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인체의 면역 체계가 기생충과 싸우기 위해서 만들어둔 무기가 엉뚱한 곳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현상이 알러지입니다.

    인류의 면역계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기생충이나 해로운 병원균을 방어하도록 강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IgE라는 항체와 염증 유발 물질인 히스타민이랍니다. 과거 기생중이 몸에 들어오면 인체 세포는 히스타민을 쏟아내어서 기침, 콧물, 눈물, 가려움의 격렬한 반응으로 외부 침입자를 몸 밖으로 밀어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기생충의 위협이 크게 줄어든 오늘날, 유휴 상태에 놓인 이런 방어 시스템이 꽃가루나 땅콩의 단백질을 위험한 침입자로 착각해서 불필요한 히스타민 폭탄을 터뜨리는 면역학적 오류가 발생하게 된 것이랍니다.

    현대인에게 알러지가 유독 흔해진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너무 깨끗한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위생 가설입니다. 과거 인류는 어릴 때부터 흙을 만지고 자연을 누비면서 수많은 무해한 미생물과 박테리아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면역계는 진짜 위험한 것과 위험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정밀한 조율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철저한 위생 관리, 소독제와 항생제의 남용, 실내 위주의 생활은 면역계가 다양한 미생물과 교류하면서 성숙해질 기회를 앗아갔습니다. 적절한 조기 교육을 받지 못해서 지나치게 민감해진 면역체계는 결국 무해한 꽃가루나 평범한 음식물조차 치명적인 적으로 간주해서 과잉 방어 태세를 취하게 됩니다. 여기에 미세먼지같은 대기 오염으로 인해서 손상된 호흡기 점막,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까지 더해지며 현대인의 면역계 오작동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요컨대 알러지는 인류가 감염병과 기생충으로부터 안전해진 대가로 겪게 된, 빠르게 깨끗해진 현대 환경과 원시적인 면역계 사이의 불협화음인 경우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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