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속상하셨겠어요. 학창 시절에는 트러블이 없다가 40대에 들어 점점 심해지니 답답하고 위축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사진과 말씀해주신 정보로 보이는 범위에서 정리해 드릴게요. 다만 사진만으로 확정 진단을 내릴 수는 없어 가능성과 방향을 안내하는 차원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사진에서 코와 양쪽 뺨, 입 주변에 붉은 기와 함께 작은 붉은 구진(좁쌀 같은 융기), 모공 주변 홍조, 약간의 번들거림이 보입니다. 40대 여성에서 이런 양상이 피부과 여드름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 성인 여드름보다 다음 몇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로 가장 가능성 있게 봐야 할 것은 주사(rosacea, 로사시아 또는 주사피부염)입니다. 중년 여성에서 흔하고, 코와 뺨 중앙부의 지속적인 홍조, 붉은 구진과 농포, 모세혈관 확장, 화끈거림이 특징입니다. 일반 여드름 약이나 연고에 잘 안 듣고 오히려 일부 스테로이드 연고로는 악화되기도 합니다. 사진의 분포(코, 양 뺨 중앙, 입 주변)와 경과가 이 패턴과 부합하는 면이 있습니다. 주사는 치료법이 여드름과 달라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입 주변에 집중된 붉은 구진이라면 입주위피부염(perioral dermatitis, 구순주위피부염)도 감별 대상입니다. 이 역시 스테로이드 연고나 일부 화장품, 불소치약 등으로 악화되며 일반 여드름 치료와 접근이 다릅니다.
셋째로 호르몬 요인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과거 호르몬 수치가 낮았고 호르몬제 복용 이력이 있으며 4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갱년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른 상대적 안드로겐 영향)가 성인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데 관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호르몬은 하나의 악화 요인일 뿐 사진의 양상 전체를 설명하는 단일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넷째로 복용 중인 혈압약입니다. 일부 혈압약은 피부 발진이나 홍조, 광과민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 이름을 알면 더 정확하지만, 약 변경 시점과 피부 악화 시점이 겹친다면 처방 의사에게 이 점을 꼭 알리셔야 합니다. 스스로 중단하지는 마시고 상의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가야 할 병원 순서를 정리하면, 우선 다시 피부과를 가시되 이번에는 "여드름"이 아니라 "주사 또는 입주위피부염 감별을 원한다"고 명확히 말씀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의 치료가 안 들었다는 점, 점점 심해진다는 점, 호르몬제 이력과 혈압약 복용을 함께 전달하세요. 필요하면 피부 확대경 검사나 조직검사로 진단을 확정합니다. 주사가 맞다면 먹는 항생제(독시사이클린 등) 저용량 장기요법이나 메트로니다졸, 아젤라산 같은 전용 외용제, 이버멕틴 크림, 혈관 홍조에 대한 레이저 치료 등 여드름과는 전혀 다른 치료가 효과를 냅니다.
호르몬과 갱년기 관련 부분이 의심되면 산부인과에서 호르몬 검사를 받아보실 수 있고, 전신 질환(갑상선 기능 이상, 자가면역, 안드로겐 과다 등)이 배경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려면 내과 또는 내분비내과에서 기본 혈액검사를 함께 받아보시는 것도 합리적입니다. 다만 첫 단추는 피부 병변 자체의 정확한 진단이므로 피부과를 가장 먼저 권합니다.
생활 관리로는, 진단 전이라도 자극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뜨거운 물 세안과 잦은 각질 제거, 알코올이 든 화장품, 강한 스크럽은 피하시고, 순한 약산성 세안제로 부드럽게 세안하세요. 자외선은 홍조와 주사를 악화시키는 대표 요인이라 자극 적은 자외선차단제를 꼭 바르시고, 사우나, 맵고 뜨거운 음식, 음주, 급격한 온도 변화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게 만드는 자극도 줄이시면 좋습니다. 화장을 못 할 정도라 하셨는데, 향료와 알코올이 적은 진정 위주의 제품으로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