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복합재료에서 힘을 실제로 버티는 건 섬유예요.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강한데 기지재인 수지는 그 보다 훨씬 약하거든요. 그런데 외부에서 들어온 힘은 먼저 기지재에 걸리고, 계면을 통해 섬유로 전달 돼요. 접착이 부실하면 힘이 섬유까지 못가고 기지재만 찢어져요. 아무리 강한 섬유를 넣어도 힘이 전달되지 않으면 놀고 있는 셈이라, 계면은 힘을 넘겨주는 다리 역할인거죠.
접착이 약할 때 벌어지는 일이 섬유뽑힘이에요. 힘을 받으면 섬유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 수지에서 쑥 빠져버리는 건데, 젖은 모래에 꽂은 막대가 힘없이 뽑히는 것과 같아요. 섬유가 제 강도를 발휘하기 전에 재료가 망가지는 거죠. 층층이 쌓은 구조에서는 계면을 따라 층이 벌어지는 박리도 일어나요.
그래서 실제 생산에서는 섬유 표면에 사이징이라는 접착 촉진 처리를 하고, 표면을 살짝 거칠게 하거나 화학적으로 활성화해서 수지와 잘 붙에 만들어요. 재미있는 건 접착이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에요. 적당히 조절된 계면은 균열이 올 때 살짝 벗겨지면서 에너지를 흡수해 재료 전체가 한 번에 쪼개지는 걸 막아주거든요. 복합재료 설계에서 계면을 보이지 않는 제 3의 재료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