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기독교는 왜 종파가 많은건지 알고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명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가톨릭교회는 명실상부한 기독교 최대의 종파다. 남유럽과 동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가톨릭을 믿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개신교보다 가톨릭을 기독교의 원류로 더 쳐준다. 또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전쟁에 힘입어 남아메리카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27]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필리핀에서도 교세가 강하다. 단일종파로만 따지면 심지어 미국에서도 최대 종파이다.다만 주류는 아니고 히스패닉 계열의 꾸준한 증가로 최대종파가 된 것. 미국의 주류는 W.A.S.P로서 백인, 앵글로 색슨, 그리고 개신교도들이다. 미국 역사상 가톨릭 대통령은 딱 두 명뿐이었으며, 미국 건국 초기에는 가톨릭을 배척하는 법이 존재했으나 그 후 폐기되었을 정도로 비주류였다. 현재도 미국 가톨릭의 상당수가 히스패닉계, 라틴계다. 주류 백인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기독교의 불모지 중동에는 동방 가톨릭, 곧 동방 예법 가톨릭 교회들이 있으며 가령 레바논 그리스도인의 과반을 차지하는 마론 교회도 동방 가톨릭의 일원이다.러시아나 동유럽 상당수 국가들, 에티오피아(오리엔트 정교회)는 정교회 혹은 비칼케돈 교회(오리엔트 정교회) 국가였고, 공산정권의 몰락 후 신자수도 늘어나고 정치적 영향력도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기독교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동방 예법의 교회들이 현지 그리스도교의 큰 축을 담당한다. 대부분 20세기의 사회주의권이었던 러시아 및 동유럽의 주요종파였던 역사 때문에 아무래도 정교회는 구 공산국가에 많이 존재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일단 대체적으로 사실이나, 예외적 사례로 그리스, 키프로스, 중동 정교회권같은 경우나, 해외로 망명한 반공 러시아인들의 정교회처럼 공산권 밖의 정교회도 어느정도 있었다.개신교가 강세인 지역은 북유럽과 영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정도고, 개신교가 늘어나는 지역은 남미 정도가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 최대의 개신교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한국은 20%밖에 안 되며 미국에서도 40% 대로 절반에 약간 못미친다. 뉴질랜드나 북유럽 같은 지역은 개신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사실상 스칸디나비아 등 이들 지역 상당수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우리나라 유교같이 문화나 관습, 연례행사 등으로만 자리잡혔을 뿐 사실상 주류 종교로서의 위력은 떨어지고 세속화된 명목상의 신자들이 대다수인 편이라서 제대로 된 개신교 국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렇게 전통적인 개신교 지역에서는 교세확장이 시원찮아진 반면, 중남미에서는 주류 가톨릭보다 훨씬 빨리 늘어나고 있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신자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중국에서도 공산당의 종교규제에도 불구하고 비밀교회 가정교회 방식의 포교로 개신교의 세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그 외에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제3세계에서는 20세기부터 서구 방식의 교파 구분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신학이나 관습을 중시하는 토착민 중심의 독립교회나 교단들이 많이 생겼고 수적으로도 매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 이들 아프리카의 기독교 독립교단들이 지닌 신학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기존의 아프리카인들이 가지던 조상신 신앙이나 정령숭배 등을 끊어버리지 않고 기독교와 융합해서 믿거나, 외적이고 물질적인 은사주의를 지나치게 신봉하는 등의 이단시비가 있는 종파들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이런 혼합주의 이단들이 아프리카 기독교의 거의 전부라고 보는 것은 과장이 심한 견해이다. 공식적으로는 가톨릭, 주류 개신교 교단 인구들이 토착 독립교단들보다 훨씬 더 많으며 이러한 주류 교단들은 공식적으로 혼합주의, 정령신앙, 주술사상 등을 반대하고, 제대로 된 기독교신앙을 지닌 아프리카인들도 대단히 많다. 또 상당수 신자들이 아프리카 토착 가치관에 여전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나, 넓게보면 이런 현상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기독교'만' 특이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 러시아 정교회의 초창기 정착과정이나 중남미 가톨릭의 초기 역사, 이슬람권의 '민속 이슬람' 현상 등 보편종교의 전파로 문화 변동이 일어났던 많은 토착 지역에서 일어났던 일이다.기독교 전파 역사가 굉장히 오래되었고, 또 다른 세계종교들과 비교해도 전례없이 광범위하게 선교, 이주, 역사적 전파가 이루어졌던 특성때문에 일반인들이 흔히 "여기엔 기독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 의외로 기독교가 퍼져있는 경우도 많다. 과거 중세에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는 경교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권인 중국까지 일찌감치 진출한 적도 있으며 대표적으로 중앙아시아권인 카자흐스탄 같은 지역은 전 국민의 4분의 1이상이 기독교(정교회) 신자이고, 불교권인 미얀마 북부나 히말라야 인근의 인도 북동부, 그리고 남부] 등지에도 기독교 소수민족들과 기독교인들이 있으며, 태평양권의 많은 열대 도서국가들(유명한 필리핀을 제외하고도, 가까이는 티모르, 파푸아 지역 등부터 투발루나 피지, 키리바시, 괌, 사이판, 통가, 타히티, 사모아 등)에도 원주민 기독교 신자들이 대단히 많다.
Q. 책갈피의 기원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명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책갈피는 원래 서표(書標)의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갈피'라는 말은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이라는 뜻이다. 본래 '책갈피'라고 하면 책장과 책장의 사이라는 의미일 따름이었다. 따라서 '책갈피에 단풍잎을 꽂아두다.', '책갈피에서 비상금을 발견했다.' 등과 같이 사용해야 올바른 표현이고, '북마크'를 가리켜서는 서표(書標), 표지(表紙), 갈피표(갈피標), 가름끈, 갈피끈 등을 사용해야 하였다.그러나 점차 1의 의미로 위의 단어들보다 책갈피를 사용하는 것이 대중화됨에 따라 2009년 북마크의 의미를 포함하도록 개정되었다. 그러니까 '책갈피에 서표를 꽂아두었다.'를 지금은 '책갈피에 책갈피를 꽂아두었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후자의 경우 과거에는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나, 2009년 표준어개정으로 인해 문법적으로 문제 없는 표현이 되었다.
Q. 염상섭 소설 만세전의 주요내용이 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명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염상섭의 『만세전(萬歲前)』은 처음 「묘지(墓地)」라는 제목으로 1922년 《신생활》 7~9호에 게재되다가 잡지의 폐간과 더불어 중단되었다. 이후 1924년 《시대일보》를 통해 ‘만세전’으로 게재하여 전체가 연재된 후, 1924년 4월 6일에서 6월 4일까지 총 59회에 걸쳐 『만세전』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작품 전체가 연재되어 완성된다.『만세전』은 동경에서 경성으로 향하는 주인공 이인화의 상념을 통해서 근대적 가치들에 대한 소망 및 반성과 식민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양자를 모두 드러내 준다. 스토리상의 ‘여로의 우회와 지체’ 및 서술 방식상의 ‘비여정적인 상념 및 대화의 확대’를 통해서, 1920년대 초기 소설들이 보였던바 ‘개인’, ‘참사랑’, ‘참예술’ 등의 추상적 근대성에 대한 열망을 잇는 한편, 비록 사건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념과 인식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기는 해도 식민지 현실의 실상을 폭로하는 새로운 면모까지 보이는 것이다.『만세전』의 이러한 특징은, 추상적 근대성에 대한 낭만주의적인 동경이 전면화되었다가 풍자되고 현실이 주목되기 시작하는 1920년대 전반기 소설사의 전환 과정을 압축한 데서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이 『만세전』은 1920년대 소설계가 리얼리즘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크게 기여한 작품이라는 소설사적인 의의를 갖는다.『만세전(萬歲前)』은 1924년 8월 고려공사에서 초판본이 출간되었다. 중요한 개작이 행해진 재판은 해방 후인 1948년 수선사에서 발행되었다. 표지는 제목과 저자명 아래 단색의 낙타 그림이 있고 하단에 출판사가 명기된 단순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표지 뒤의 ‘서(序)를 대신하야’가 계해(癸亥)년(1923) 9월로 표기된 것이 주목된다. 「묘지」와 『만세전』 사이에는 등장인물 이름의 구체화와 같은 변화가 확인되는데, 전체적으로 보아 의미 있는 개작이라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 수선사에서 출간된 1948년의 재판본은 큰 변화를 보인다. 이지적이되 방황하는 문학 청년에 머물러 있던 주인공 이인화가 민족주의적인 의식을 갖춘 인물로 새롭게 강조되었는데, 이는 식민지 상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현실의 변화에 의거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