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은 추위 타는 분을 배려한 기능이 아니라 스타일을 고정하는 기능입니다. 미용실에서 마지막에 꼭 찬바람을 쐬어 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머리카락 안에는 모양을 잡아 주는 결합이 있는데, 물기와 열이 닿으면 이 결합이 느슨해집니다. 그 상태에서 빗질로 모양을 만들고, 식으면서 그 모양대로 다시 굳는 겁니다.
그래서 뜨거운 바람만 쓰고 끝내면 머리가 식는 동안 모양이 조금씩 풀립니다. 반대로 마지막 삼십 초를 찬바람으로 식혀 주면 그 자리에서 굳어 훨씬 오래갑니다.
큐티클 이야기도 같이 나옵니다. 열을 받으면 머리카락 표면의 비늘 같은 층이 들뜨는데, 찬바람을 쐬면 다시 눕습니다. 찬바람으로 마무리한 머리가 더 반짝여 보이는 게 이것 때문입니다.
기계 안쪽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팬 하나와 니크롬 열선 하나가 거의 전부이고, 찬바람 버튼은 그 열선의 전원만 끊습니다. 팬은 그대로 돌아가니 바람 세기는 같습니다.
그래서 전기도 확 줄어듭니다. 뜨거운 바람일 때 천 와트를 훌쩍 넘던 소비 전력이 찬바람에서는 수십 와트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열선이 전력의 대부분을 쓰기 때문입니다.
쓰시는 순서만 바꿔도 체감이 다릅니다. 팔 할쯤 마를 때까지는 따뜻한 바람으로, 그다음 모양을 잡고, 마지막에 찬바람으로 식히기. 이렇게만 해도 머릿결 손상은 줄고 모양은 오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