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봄철 과수원에서 늦서리가 내릴 때 스프링클러로 물을 계속 뿌리는 것은 '물이 얼면서 열을 낸다'는 역설적인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냉해 예방 방법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스프링클러에서 분사된 물이 과일나무의 꽃망울이나 잎 표면에 달라붙어 얼기 시작합니다. 이때 물이라는 액체가 얼음이라는 고체로 상태가 변하는 상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응고라고 합니다.
물 분자는 액체 상태일 때보다 고체인 얼음 상태일 때 더 낮은 에너지 수준을 가집니다. 따라서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분의 에너지를 주변으로 방출해야만 하며, 이때 나오는 열을 응고열이라고 부릅니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끊임없이 공급해주면 밤새도록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이 지속해서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얼음막 내부로 응고열이 계속 방출되기 때문에, 얼음으로 둘러싸인 꽃망울이나 조직의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정확히 0°C 안팎으로 유지가 됩니다.
식물의 세포액은 순수한 물이 아니라 세포벽과 다양한 성분이 섞여 있어 보통 영하 1°C에서 2°C 정도까지는 얼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즉, 밤새 물을 뿌려 주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라도 식물 조직의 온도를 0°C로 고정해 둠으로써 세포가 얼어 죽는 치명적인 서리 피해를 막아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