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과수를 재배할 때 봄철 늦서리 피해를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주는 현상은 물의 상태 변화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의 이동을 활용한 대표적인 과학적 농법입니다. 이 공법을 살수법이라고 부르며, 핵심 원리는 물이 액체에서 고체인 얼음으로 변할 때 주변으로 방출하는 응고열에 있습니다.
물질은 상태가 변할 때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합니다. 액체 상태의 물 분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이 물이 얼어 고체인 얼음이 될 때는 분자들이 규칙적인 격자 구조를 이루며 배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가 가지고 있던 여분의 운동 에너지가 주변 환경으로 방출되는데, 이를 화학과 물리학에서는 응고열이라고 합니다. 물의 응고열은 1그램당 약 80칼로리로, 다른 물질에 비해 상당히 큰 편에 속합니다.
늦서리가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과수원에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주면, 나뭇가지와 꽃망울 표면에 닿은 물이 얼기 시작합니다. 이때 물이 얼음으로 결빙되면서 다량의 응고열을 식물 조직의 표면에 계속해서 뿜어내게 됩니다. 뿌려진 물이 지속적으로 얼어붙는 동안 이 응고열이 주변 온도를 0도로 유지해 주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식물 내부의 수분이 영하로 떨어져 세포가 얼어 파괴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즉, 식물 표면을 얼음막으로 감싸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방출되는 잠열을 이용해 식물의 온도를 서리 피해를 입지 않는 안전한 온도로 붙잡아두는 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