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이후 생명이 다시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생태계의 대대적인 리셋 덕분이었습니다.
대재앙 직후 최상위 포식자를 포함한 대형 생물들이 거의 대부분 사멸하며 넓은 생태적 빈자리가 생겨났습니다.
햇빛이 차단된 환경에서 엄청난 양의 사체를 먹고 자란 세균과 곰팡이, 버섯 등이 생태계 재건의 기초가 되었고, 양치식물이나 리스트로사우루스 같은 생존력 강한 재앙종이 황폐해진 지표면을 빠르게 채웠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생물들은 대부분 작은 체구에 잡식성, 굴 파기, 휴면 능력을 갖춰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개체들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대기와 기후가 회복되자, 먹이 마저 사라졌던 최악의 환경은 오히려 진화의 신대륙으로 변했습니다.
즉,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물들은 비어있는 서식지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수많은 종으로 분화하는 적응 방산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 결과 숨어서 밤에만 활동하던 소형 포유류는 공룡이 사라지자 지상, 바다, 하늘로 영역을 넓힌 것이죠.
그 결과 불과 수백만 년 만에 고래, 박쥐, 유인원 등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멸종은 생명체의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에게 기회를 준 전환점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