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종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누렇게 변하고 과자처럼 바스러지는 현상은 종이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 때문입니다. 만화책이나 소설책 같은 인쇄물은 제작 과정에서 나무의 성분인 리그닌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 종이를 자주 사용합니다. 이 리그닌이라는 물질이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이나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화학적인 산화 반응을 일으켜 색이 갈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또한 종이 자체의 산성 성분이 주변의 수분과 결합하면 셀룰로오스라는 종이의 핵심 섬유질 구조를 끊어버리는데, 이로 인해 종이가 유연성을 잃고 툭툭 끊어지며 부스러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화학적 훼손을 막으려면 빛과 습기, 산소를 차단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책을 두는 것입니다. 햇빛뿐만 아니라 형광등 불빛도 장기적으로는 종이를 상하게 하므로 문이 달린 책장을 쓰거나 암막 커튼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습도는 곰팡이와 산성화 반응을 촉진하는 주범이므로 방 안 습도를 오십 퍼센트 안팎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책장에는 물이 생기는 제습제 대신 실리카겔 같은 고체형 건조제를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기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투명 북커버를 씌우거나, 정말 아끼는 책은 실리카겔과 함께 지퍼백에 넣어 밀폐 보관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