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드라이아이스가 실온에서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승화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의 고유한 상평형 특성 때문입니다. 물질의 상태 변화를 나타내는 상평형 그림에서 고체, 액체, 기체가 공존하는 지점을 삼중점이라고 합니다. 이산화탄소의 삼중점은 온도 영하 56.6도, 압력 5.11기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대기압인 1기압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이 때문에 1기압 환경에서는 온도를 아무리 높이거나 낮추어도 액체 상태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상평형 그림상에서 1기압 조건의 수평선을 따라 온도를 올려보면 고체 영역에서 액체 영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체 영역으로 경계선을 넘어가게 됩니다. 이때 고체에서 기체로 상태가 변하는 경계점인 승화점 온도는 영하 78.5도입니다.
따라서 영하 78.5도보다 훨씬 따뜻한 실온에 드라이아이스를 내버려 두면, 주변으로부터 열을 흡수하면서 액체로 녹지 않고 곧바로 기체로 날아가 버리는 승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액체 상태로 관찰하고 싶다면 대기압의 5배가 넘는 고압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어야만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은 삼중점 압력이 대기압보다 한참 낮아 얼음이 녹아 물이 된 후 수증기가 되지만, 이산화탄소는 대기압이 삼중점보다 낮아 곧바로 기체가 되는 독특한 거동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