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안 늙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갱신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이클이 이백오십 회나 늘었는데 값이 그대로라면 열화가 멈춘 게 아니라 눈금이 멈춘 쪽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달리 설정에 배터리 성능 항목이 오랫동안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보시는 값은 대부분 분석 데이터 로그에 하루 한 번 기록되는 값을 앱이 읽어온 것입니다.
그 값은 배터리 관리 칩이 기억하고 있는 최대 충전 용량입니다. 그런데 이 기억은 실시간으로 다시 재는 게 아니라, 완전히 채우고 완전히 비우는 과정을 거쳐야 갱신됩니다.
아이패드는 책상에 꽂아 두고 쓰는 일이 많아서 영 퍼센트 근처까지 내려가는 일이 드뭅니다. 그러면 칩이 눈금을 다시 맞출 기회가 없어서 값이 몇 달씩 같은 자리에 머무는 일이 흔합니다.
리튬 배터리의 열화 곡선도 한몫합니다. 처음 이삼백 회에서 비교적 빠르게 떨어지고 그 뒤로는 완만해져서, 팔십오 퍼센트 부근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확인해 보고 싶으시면 한 번만 끝까지 써 보세요. 백 퍼센트로 채우고 저절로 꺼질 때까지 쓴 다음, 중간에 끊지 말고 백 퍼센트까지 이어서 채우시면 됩니다. 다음 날 값이 한 칸 내려가면 보정이 된 겁니다.
다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실제 사용 시간입니다. 구백 회면 애플이 말하는 수명 구간의 끝자락이라, 예전보다 눈에 띄게 빨리 닳는 느낌이면 표시가 팔십오 퍼센트여도 교체를 생각하실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