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성 피지낭종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신 병력에, 레이저 제모 이후 다시 부어오르는 양상이 겹친 거라면, 단순한 일회성 염증으로 보기보다는 만성적인 모낭 폐쇄성 질환의 범주로 한 번쯔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겨드랑이처럼 피지선과 아포크린 한선이 밀집되어 있고 마찰이 잦은 부위에서 피지낭종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수술 후에도 비슷한 자리에 단단한 결절이 남았다가 컨디션이 떨어지면 다시 붓고 아픈 패턴이 이어진다면,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이라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 질환은 모낭 깔때기 부위가 막히면서 반복적으로 염증성 결절이나 농양이 생기고, 이게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섬유화되어 만져지는 단단한 띠나 결절, 혹은 누공(sinus tract)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음파상 피지낭종도 임파선염도 아니라고 한 소견은, 이전 수술 부위에 남은 반흔성 섬유조직이거나, 위에서 말씀드린 화농성 한선염에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터널 구조일 가능성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런 조직은 평소에는 단단하게 만져지면서 큰 불편감이 없다가,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마찰 자극이 누적되면 그 안에서 염증 반응이 활성화되어 붓고 통증이 동반되는 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건드릴수록, 즉 압박이나 마찰이 반복될수록 모낭 구조가 더 자극받아 염증 사이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들으신 설명과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권해드리고 싶은 건, 지금까지 다니신 곳들이 외과적 절제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화농성 한선염을 포함한 만성 모낭 폐쇄성 질환을 진료 경험이 있는 피부과를 한 번 찾아보시는 것입니다. 단순히 또 수술을 권유받을지 걱정되시는 거라면,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되는 경우에는 접근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급성 염증기에 항생제를 쓰는 것 외에도, 장기적으로는 도시사이클린 같은 약제를 저용량으로 유지하거나, 중등도 이상에서는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마찰을 줄이는 옷차림이나 제모 방법 조정, 항균 성분이 들어간 세정제 사용 같은 비수술적 관리가 재발 빈도를 줄이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지금 단계에서 당장 응급으로 볼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 그 부위에서 고름이나 분비물이 나오거나, 피부 표면에 작은 구멍처럼 보이는 부위가 생기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열감이나 발열이 동반된다면 그때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진료가 필요한 신호로 보시는 게 좋습니다. 레이저 제모는 당분간 그 부위에 한해서는 보류하시는 게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