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을 외우기보다 기준 하나만 잡으시면 쉽습니다. 생으로 아삭하게 먹을 채소냐, 어차피 익혀 먹을 채소냐입니다.
얼면 채소 속 물이 얼음 결정으로 바뀌면서 세포벽을 찢습니다. 녹을 때 그 자리로 물이 빠져나오니 흐물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삭함이 생명인 채소는 냉동과 안 맞고, 볶거나 끓여 먹을 채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잘 되는 쪽부터 말씀드리면 대파, 볶음용 양파, 다진 마늘과 생강, 고추, 애호박, 당근, 버섯, 브로콜리, 파프리카, 완두콩과 옥수수, 그리고 데친 시금치나 나물류입니다. 이 정도면 국이나 볶음에 쓸 재료는 거의 다 커버됩니다.
피하실 것은 오이, 상추 같은 쌈채소, 생무, 생감자, 생토마토, 숙주예요. 녹으면 물만 남고 형태가 무너집니다. 다만 감자는 삶아 으깨거나 한 번 튀겨서 얼리면 괜찮고, 토마토는 소스로 만들어 얼리면 오히려 편합니다.
브로콜리나 시금치, 콩류는 살짝 데쳐서 얼리세요. 삼십 초에서 이 분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하면 채소 안의 효소 활동이 멈춰서 색이 누렇게 뜨지 않고 맛도 오래 갑니다. 데친 뒤에는 찬물에 바로 식히고 물기를 꼭 짜주셔야 해요.
대파는 씻은 다음 물기를 완전히 말린 뒤에 썰어야 합니다. 물기가 남으면 냉동실에서 한 덩어리로 뭉쳐서 쓸 때마다 뜯어내야 하거든요.
소분은 한 번 쓸 양만큼 나눠 지퍼백에 넣고 납작하게 편 다음 공기를 최대한 빼주세요. 얇게 펴두면 빨리 얼고, 나중에 필요한 만큼 툭 잘라 쓸 수 있어서 편합니다. 봉지에 날짜 적어두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한 가지 요령을 더하면, 금속 쟁반에 펼쳐서 먼저 얼린 뒤 봉지에 옮겨 담아보세요. 빨리 얼수록 얼음 결정이 작게 생겨서 해동했을 때 덜 물러집니다.
보관은 한 달에서 석 달 정도로 잡으시면 됩니다. 더 오래 두면 겉이 마르면서 냉동실 냄새가 뱁니다.
마지막으로 쓸 때는 녹이지 마시고 언 상태 그대로 팬이나 냄비에 넣으세요. 해동하면 물이 빠지면서 더 흐물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