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여기서 갈라야 할 게 두 가지예요. 시간을 재는 방식과 시간이라는 현상 자체는 다른 문제거든요.
인간이 만든 건 측정 체계 쪽이에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60분, 60초로 쪼갠 건 순전히 약속이에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다른 진법을 썼다면 지금 시계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을 거예요. 시간대, 달력, 자정의 기준 같은 것도 전부 사회적 발명품이고요. 이 부분은 말씀대로 허상까지는 아니어도 인공물이 맞아요.
그런데 그 측정이 가리키는 대상은 인간과 무관하게 실재해요. 물리학에서 시간은 변화가 일어나는 방향과 속도로 나타나요. 우라늄은 인간이 보든 말든 일정한 속도로 붕괴하고, 별은 인류가 태어나기 전부터 순서대로 진화해왔어요. 더 결정적인 건 상대성이론이에요. 시간은 속도와 중력에 따라 실제로 다르게 흐르고, GPS 위성은 이 차이를 매일 보정해야 작동해요. 허상이라면 늘어나거나 줄어들 리가 없잖아요. 시간은 공간과 묶여 시공간이라는 우주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게 현대 물리학의 관점이에요.
흥미로운 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시간의 지위가 논쟁 중이라는 점이에요. 물리 법칙 대부분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도 성립하는데 왜 우리는 한 방향만 경험하는지, 시간의 화살은 엔트로피 증가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양자중력 수준에서는 시간이 근본 요소가 아니라 창발하는 것 아닌지 같은 질문이 살아 있어요. 그러니까 시계는 인간의 발명품이지만 시계가 재는 그것은 우주의 실재고, 그 실재의 정체가 뭔지는 물리학이 아직 파고드는 중이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