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급해서가 아닙니다. 리본 케이블은 수리를 오래 한 사람도 가장 자주 망가뜨리는 부품이에요. 종이보다 얇은 필름 위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이 인쇄돼 있어서, 세게 당기지 않아도 한 번 꺾이면 눈에 안 보이는 자리에서 조용히 끊깁니다. 힘의 문제가 아니라 각도의 문제라 신중해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요령이 따로 있습니다. 커넥터에서 뺄 때 위로 들어올리면 끊어지고 필름과 나란한 방향으로 밀어야 합니다. 그리고 리본 자체는 되도록 손대지 않고 커넥터의 걸쇠만 젖히는 게 정석이에요. 눌린 자국만 남아도 나중에 접촉이 나빠지는 부품이라 이렇게들 다룹니다.
열풍기 이야기를 하셨는데 온도가 사실 제일 큰 변수입니다. 리본 주변은 열에 약해서 조금만 높여도 필름이 상하고, 본드가 배선을 눌러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에 하실 때는 온도를 낮추고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지금 폰은 급하게 처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볼륨 버튼이 안 되어도 화면에 버튼을 띄워 대신 쓸 수 있거든요. 설정에서 접근성으로 들어가면 화면에 떠 있는 보조 메뉴를 켜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 볼륨과 전원, 캡처 같은 기능이 다 들어 있습니다. 이걸 켜두시면 일상 사용에는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부품 쪽도 아주 막힌 건 아닙니다. 노트 계열은 볼륨과 전원이 한 리본에 붙은 모듈이라 그 모듈만 새로 구하면 되고, 중고 부품 시장에 물건이 꾸준히 나옵니다. 여분으로 사두신 것도 상태가 안 좋다고 하셨는데, 접점 쪽만 문제라면 저항값을 재보고 판단하시면 버릴지 살릴지가 갈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면, 모듈형 폰에서 전원 버튼과 지문 센서를 살리셨다는 건 절대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 정도 하셨으면 손이 나쁜 게 아니라 이번 부품이 유난히 까다로웠던 겁니다. 마음이 좀 가라앉으시면 그때 다시 잡아보셔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