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질문주신 내용 잘 확인해 보았어요.
환자분이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고 입맛이 전무할 때 먼저 덜어내야할 것은 음식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입니다. 환자식의 묽고 희뿌연 미음이나 밋밋한 냄새는 보는 것만으로도 투병의 피로를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시각적인 생기, 섬세한 향, 목 넘김이 편안한 질감을 모두 챙기는 구운 단호박 잣 타락죽이 우수한 구원투수가 되겠습니다.
단호박은 찌기보다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에 구워서 수분을 날리고 당도를 끌어올린 뒤 껍질을 벗겨서 준비를 합니다. 여기에 원기 회복과 불포화지방산 보충에 탁월한 볶은 잣 한줌, 그리고 소화가 편한 락토프리 우유(또는 무가당 두유)를 닭 안심을 우려낸 맑은 육수와 함께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서 고운체에 한 번 걸러냅니다.
냄비에 찹쌀가루 한 스푼과 함께 부어서 약불에서 뭉근하게 저어가며 끓여내면 별도의 감미료 없이도 깊은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이 완성이 됩니다. 항암이나 약물 치료로 혀끝에 맴도는 금속성 쓴맛은 우유와 잣의 부드러운 유지방이 코팅하듯 감싸주니 메스꺼움을 줄여주게 됩니다.
식사를 내어갈 때는 큰 대접에 담아서 다 먹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지 않는 것이 포인트 노하우가 되겠습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찻잔이나 도자기 볼에 서너 숟가락 분량씩만 정갈하게 담고, 상에 올리기 직전 저온 압착 들기름과 달걀노른자 고명을 소담하게 얹어냅니다.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고소한 향과 화사한 노란빛이 시각과 후각을 우선 깨워서 침샘을 돌게 만들고, 씹지 않고도 스스륵 목을 타고 넘어가서 지친 위장에 무리 없이 영양을 채워주게 됩니다.
조금이나마 참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