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늦게 왔나요?ㅠㅠ
질문자님 연령대는 잘 모르겠지만 평범한 20대 간호사였던 제가 한마디 드리고 싶어요.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이지만 한 번만 읽어주세요!!
저는 대학 4년을 졸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 경험도 전혀 없었고 첫 직장이 경북권의 규모가 꽤 큰 병원 중환자실이었어요.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여성들이 많이 모여 있는 환경이다 보니 기싸움도 많았고 선배 간호사들의 괴롭힘도 적지 않았어요. 누구나 신규 시절에는 모르는게 당연한데도 뭘 하나 물어보거나 배우려 하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며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정말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건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ㅠㅠ
이유 없이 외모를 지적당하거나 인신공격을 당한 적도 있었고 정말 괴로웠습니다. 저 역시 질문자님처럼 실수도 했고 폭언도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위축되니 또 실수를 하고 다시 혼나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퇴근하는 순간에도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솔직히 말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불효녀였지만 어느날 새벽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엉엉 울면서 죽고 싶다고 말한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놀라거나 다급해하지 않으시고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집으로 와. 죽을 이유가 뭐가 있어. 그 직장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닐까. 세상에 네가 일할 곳은 많아. 그리고 엄마 아빠가 널 너무 기다려ㅠㅠㅠㅠㅠ 그 말을 듣는데 문득 정신이 들었어요. 듣고보니 정말 맞는 말이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힘들어지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게 되는것 같아요. 그 당시 제 머릿속에는 내일 출근하기 아니면 죽어버리기 두가지 선택지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훨씬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어요.
결국 저는 그동안 당했던 괴롭힘과 인신공격을 모두 수쌤한테 말씀드리고 퇴사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저를 괴롭혔던 선배는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고 하더라고요ㅎㅎ,,,
가끔 어머니와 그때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어머니도 엄청 놀라셨대요. 다만 그 순간 호들갑을 떨거나 울면서 내려오라고 했다면 제 감정이 더 격해져서 정말 위험한 선택을 할까봐 일부러 침착하게 이야기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질문자님.
어딜 가든 힘든 일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질문자님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만약 지금 당장 이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취미 하나는 꼭 만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평일은 눈 딱 감고 버티고 주말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하자! 이런 마음으로요
저는 간호사로 일할때 낚시, 등산, 캠핑 다녔어요
러닝 크루에 가입해서 사람들과 마라톤 대회에 나간 적도 있구요 :)
꼭 거창한 취미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마음 맞는 친구 한두명과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집니다. 진짜로요. 힘든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는 작은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든 시기에 혼자만 있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혼자 있으면 생각이 생각을 물고 늘어져 더 힘들어질 때가 많더라고요ㅠㅠ
질문자님은 생각보다 강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 버티고 계시고요. 조금만 더 건강한 마음으로 버텨주세요.
저도 그 시간을 지나왔고 결국 극복했습니다. 질문자님도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습니다.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