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끝나고 기운이 쭉 빠지면서 단 게 당기는 건, 저혈당이라기보다는 글리코겐이 빠진 자연스러운 반응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빠르게 걸으면 근육과 간에 저장돼 있던 당, 즉 글리코겐이 먼저 소모됩니다. 그 과정에서 혈당이 잠깐 내려가고, 몸은 가장 빠른 연료인 단 것을 찾게 되는 거죠. 더구나 운동을 막 시작하신 단계라 몸이 아직 적응을 못 한 상태입니다. 같은 강도라도 피로가 훨씬 크게 옵니다.
진짜 저혈당은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는 혈당 70mg/dL 미만을 저혈당으로 봅니다. 증상도 단순한 무기력이 아니라 식은땀, 손떨림,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 심하면 정신이 흐려지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냥 기운 없고 단 게 당기는 정도로는 저혈당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휘플 삼징후(Whipple's triad)라 해서, 증상이 있을 때 실제로 혈당이 낮고 당을 먹으면 증상이 풀리는 세 가지가 다 맞아야 저혈당이라 진단합니다.
선생님은 경계성 당뇨가 있으시지만 혈당을 직접 떨어뜨리는 약, 그러니까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 계열을 드시는 게 아니고 항우울제만 복용 중이시라, 약 때문에 혈당이 뚝 떨어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 세 끼를 다 챙기신다니 칼로리가 모자라서라는 설명도 잘 안 맞고요. 다만 식사 후 몇 시간 지나 거의 공복에 가까운 상태에서 걸으시면, 그땐 혈당이 낮은 시점이라 더 처지기 쉽습니다.
확인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집에 혈당계가 있으시면 증상이 올라온 바로 그 순간에 한 번 재보십시오. 70 아래면 저혈당이 맞고, 정상으로 나오면 단순 피로로 보시면 됩니다. 운동 전에 바나나 반 개나 우유 한 잔 정도 가볍게 드시고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운동 후엔 사탕 같은 단순당보다 밥이나 통곡물에 단백질을 곁들이는 쪽이 혈당이 출렁이지 않게 잡아줍니다. 물도 충분히. 운동량은 한 번에 늘리지 마시고 며칠 간격으로 조금씩 올리시고요.
병원을 생각하셔야 하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운동과 상관없이 가만히 있을 때도 식은땀, 두근거림, 멍해지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약을 안 드시는데도 혈당계로 70 아래가 자꾸 나온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내분비내과에서 한 번 들여다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운동을 막 시작한 시점에 운동 직후에만 잠깐 처지는 정도라면, 며칠 지켜보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