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과 경과를 보면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게 추정됩니다.
설사가 하루 반나절 지속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고, 이후 한 달째 지속되는 항문 주위 발적과 쓰린 감각은 자극성 항문 피부염(Irritant Perianal Dermatitis)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합니다. 반복적인 설사로 인해 항문 주위 피부가 산성 변 성분에 장시간 노출되고, 여기에 비데 사용 후 수건으로 닦는 물리적 자극, 하루 4시간 운전으로 인한 지속적인 압박과 마찰이 더해져 피부 장벽이 손상된 상태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약국용 항염증 연고에 대해 말씀드리면,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연고(프로토피아, 코르티존 계열)는 단기간 사용 시 염증과 가려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항문 주위에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 위축과 진균 과증식이 생길 수 있어 2주 이상 사용은 피하셔야 합니다. 징크옥사이드(Zinc Oxide) 성분의 피부 보호 연고는 자극성 피부염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피부 장벽 보호 측면에서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생활 습관에서 바꾸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비데 사용 자체는 괜찮지만 수압을 약하게 하시고, 이후 수건으로 문지르는 것은 피하고 부드러운 휴지로 가볍게 눌러서 물기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바꾸셔야 합니다. 문지르는 마찰이 회복을 가장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운전 중에는 도넛 방석 같은 항문 압박을 줄여주는 방석 사용도 도움이 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관리를 통해 설사 빈도를 줄이는 것도 병행하셔야 근본적인 해결이 됩니다.
한 달이 경과했음에도 호전이 없다는 점에서 한 가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60대 남성에서 항문 주위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항문 주위 칸디다 감염, 항문 열상, 또는 드물지만 항문 주위 파제트병(Paget's Disease) 같은 피부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대장항문외과 또는 피부과 진료를 한 번 받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자극성 피부염이 맞더라도 직접 확인 후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한 달을 더 끌지 않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