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라는 느낌보다 훨씬 먼저 실험실에서 숫자로 정의됐어요. 열기관을 연구하던 19세기 사람들이 물체에 열을 아주 천천히 넣어주면서 넣은 열량을 그때의 절대온도로 나눈 값을 더해 나갔는데, 이 합이 경로를 어떻게 잡든 시작과 끝 상태만 같으면 늘 같은 값이 나왔어요. 값이 경로에 안 휘둘린다는 건 그게 상태를 나타내는 고유한 양이라는 뜻이라, 압력이나 부피처럼 당당한 물리량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단위도 줄 나누기 켈빈으로 분명하고요.
나중에 볼츠만이 여기에 미시적 의미를 붙였어요. 우리가 온도와 압력으로 뭉뚱그려 부르는 하나의 상태가 사실은 분자 배치로 보면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로 실현되는데, 그 경우의 수에 로그를 취하고 상수를 곱한 값이 앞서 실험으로 얻은 엔트로피와 정확히 일치했어요.
무질서라는 표현은 이 경우의 수가 많다는 상황을 일상어로 옮긴 비유에 가까워요. 그래서 어지러워 보인다고 엔트로피가 높은 게 아니라, 배치 가짓수를 세어 나온 숫자가 말해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