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옛날 사진 보면 그런 생각 들더라고요. 20세기 초 인물 사진 속 남자들은 거의 다 콧수염이 있는데, 어느 순간 싹 사라지죠.
당시 콧수염은 멋내기라기보다 성인 남성의 표식에 가까웠어요. 군대 영향이 컸는데, 영국 육군은 1916년까지 규정으로 콧수염을 깎지 못하게 했을 정도였습니다. 사회 지도층 상당수가 군 출신이었으니 그 얼굴이 곧 어엿한 남자의 표준처럼 굳어진 거죠.
결정적인 전환점은 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독가스가 등장하면서 방독면이 얼굴에 밀착돼야 했는데 수염이 그 틈을 만들었어요. 영국군은 1916년에 콧수염 의무 규정을 없앴고, 이후 군대의 기본값은 깨끗이 민 얼굴로 바뀝니다.
기술도 한몫했어요. 그전까지 면도는 이발소에서 남에게 맡기거나 위험한 직선 면도칼로 하는 일이었는데, 질레트 안전면도기가 1차대전 때 미군에 대량 보급되면서 집에서 매일 혼자 면도하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참전했다 돌아온 수백만 명이 그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온 셈이죠.
여기에 2차대전 이후로는 특정 인물 때문에 콧수염 자체가 부담스러운 기호가 되기도 했고, 전후 미국식 기업문화가 민 얼굴은 성실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밀었습니다. 60~70년대에 수염이 돌아오긴 하는데 그때는 히피와 반문화의 상징이라 오히려 주류 인사들이 더 피했고요. 그래서 우리가 보는 유명인 사진에서 콧수염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