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식육점이 오래 버티는 건 건물주라서가 아니라, 대형마트가 못 하는 걸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자가 건물이면 임대료 부담이 없어 훨씬 유리한 건 사실이라, 20~30년 된 정육점은 실제로 건물주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살아남는 집들의 공통점은 대략 이렇습니다.
1) 매입 경로가 다릅니다. 도매시장이나 산지 직거래로 지육/부분육을 통째로 받아 직접 발골합니다. 중간 유통을 줄이니 같은 등급에서 마트보다 싸게 낼 여지가 생깁니다.
2) 부위 구성으로 마진을 맞춥니다. 인기 부위는 거의 남기지 않고 팔고, 잡뼈·사골·자투리는 국거리나 다짐육으로 돌려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합니다. 한 마리를 다 소화하는 능력이 곧 원가 경쟁력입니다.
3) B2B 거래가 실제 매출의 절반 이상인 곳이 많습니다. 동네 식당·고깃집·급식에 고정 납품을 잡아두면 소매 손님이 줄어도 버팁니다. 밖에서 보면 한산해 보여도 안쪽은 납품 작업 중인 경우죠.
4) 손질 서비스가 차별점입니다. 두께 지정, 수육용 손질, 명절 선물세트, 캠핑용 소분처럼 마트 진열대가 못 맞춰주는 요구를 받아줍니다.
5) 명절·김장철 같은 시즌 매출이 큽니다. 갈비세트, 수육용 대량 주문이 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혹시 창업을 고민하시는 거라면, 발골 기술과 납품처 확보 없이 소매만으로 시작하는 건 상당히 위험합니다. 기술은 기존 정육점에서 몇 년 배우는 게 정석이고, 자리는 유동인구보다 배후 식당 상권이 있는지를 먼저 보시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