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생각하거나 보면 힘이 쭈욱 빠져요

성별

남성

나이대

20대

제가 사람의 피를 보거나 상상할 때 몸에 힘이 빠지며 힘을 못 주겠어요. 의학드라마에서 수술 장면이 나와서 그걸 볼 때, 학교에서 교수님이 해부학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등등 주먹을 꽉 못 쥘 정도로 힘이 빠져요. 그런데 좀비 영화를 볼 때나 다른 상황에서는 이런 증상이 없을 때도 있어요. 의학이 전공이 아니라서 큰 문제는 아니긴 한데, 20대 남성인데 이런 증상이 있는게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 응급상황에서 이 증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까봐 걱정이기도 하네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말씀하신 증상은 혈액-주사-손상 유형의 혈관미주신경 반응(blood-injection-injury type vasovagal response)으로, 의학적으로 매우 잘 알려진 현상입니다. 비정상이거나 심각한 질환이 아니며, 전체 인구의 약 3에서 4%가 경험할 정도로 드물지 않습니다.

    기전을 설명드리면, 피나 신체 손상 관련 자극이 들어오면 일부 사람에서 자율신경계가 역설적으로 반응합니다. 보통 위협 상황에서는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가야 하는데, 이 유형에서는 오히려 심박수가 갑자기 떨어지고 혈압도 저하되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줄어듭니다. 그 결과 전신 근육에 힘이 빠지고, 심하면 어지럽거나 실신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좀비 영화처럼 '현실과 분리된 맥락'에서는 반응이 덜하다고 하신 것도, 이 반응이 뇌가 해당 자극을 얼마나 '실제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응급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신 부분은 현실적인 우려입니다. 실제로 자신이나 타인이 다쳐 피를 보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 반응이 나타나면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응용 긴장 기법(applied tension technique)입니다. 증상이 시작될 것 같을 때 팔, 다리, 복부 근육을 동시에 강하게 긴장시켜 10에서 15초간 유지하면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가 혈류 저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 기법은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이 유형의 반응에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당장 치료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증상이 더 빈번해지거나 실제로 실신까지 이어진 적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신경과에서 체계적인 노출 치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