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흥미로운 관찰이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술을 마셔도 잠들지 못하는 것 자체가 뇌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알코올이 수면을 유도하는 기전은 중추신경계 억제, 구체적으로는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 수용체 활성화와 글루타메이트 억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억제 효과의 강도는 사람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를 결정하는 요소가 여럿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알코올 내성(tolerance)입니다. 장기간 음주를 지속한 사람의 뇌는 알코올의 억제 효과에 적응하기 위해 GABA 수용체 민감도를 낮추고 글루타메이트 시스템을 과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됩니다. 그 결과 같은 양의 알코올로도 중추신경 억제 효과가 현저히 줄어들고, 오히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각성 상태가 유지되거나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분의 주사(酒邪)와 불면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이 기전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즉, 만성 음주로 인한 뇌의 신경화학적 적응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전적으로 알코올 대사 속도가 빠른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빨리 떨어지면서 오히려 각성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고, 개인의 기질적 각성 수준이 높거나 불안 성향이 강한 경우에도 알코올의 진정 효과가 상쇄될 수 있습니다.
비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이 상태 자체가 뇌의 기질적 병변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만성 알코올 의존의 신경생물학적 징후일 수는 있습니다. 술을 마셔도 잠들지 못하고, 음주량이 점점 늘어나며, 주사가 동반된다면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 평가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알코올 전문 클리닉에서의 상담이 권장됩니다.
소주 3잔에 바로 잠드시는 분과의 차이는 뇌의 우열이 아니라, 알코올에 대한 신경계의 적응 정도 차이로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