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예술업계 차용/도용 허용 범위에 대하여

특정 전시와 작가를 ‘참고’하여 새로운 전시를 진행을 앞두고 법적인 문제를 인지하기 위해 질문드립니다.

단순 특정 전시를 재현하거나 원작을 직접 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대 미술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차용, 재맥락화, 저작권·초상권의 회색지대 자체를 비평적으로 다루는 기획을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중인 전시이며, 꽤나 큰 미술관이 다루고 있습니다.

유료 전시로 진행될 예정이며, 티켓 수익중 일부는 기부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장과, 특정 작가의 이름 및 작품명, 작품 형태등을 차용하는 데 위험성을 없게 만들 수 있을까요? 누가봐도 그 전시가 떠오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형태를 만들어야하는 상황입니다.

예술 업계에서는 이러한 선례가 다양하지만 국내에서는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예술 분야 전문 변호사님의 답변이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최지숙 전문가입니다.

    특정 전시의 기획 방식과 현대 미술계의 차용 관행 자체를 비평적 주제로 삼는 시도는 예술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담대한 기획입니다. 하지만 예술적 비평과 법적 책임은 별개의 영역이며 법조계의 관점은 예술계의 시각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엄격합니다. 특히 현재 국내 대형 미술관에서 유료로 진행 중인 전시를 대상으로 삼는다면 원저작권자와 미술관 측의 강력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누가 봐도 원전시를 연상시키면서도 법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핵심 법리적 쟁점과 안전장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작권 침해를 피하기 위한 실무 가이드

    우리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합니다. 전시의 콘셉트나 비평적 주제 자체를 가져오는 것은 아이디어 영역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지만 구체적인 문장이나 작품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오는 순간 표현의 복제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 텍스트의 재구성: 전시에서 사용 중인 도록이나 벽면의 문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쓰는 행위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원문의 문장 구조와 어휘를 완전히 바꾸어 비평적 관점의 새로운 텍스트로 변형해야 합니다.

    • 시각적 형태의 추상화: 작품의 외형적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가장 위험합니다. 실물 작품의 형태를 직접 노출하기보다는 그 작품이 가진 조형적 특징을 기호화하거나 개념적으로 변형하여 원작의 독창적 표현 형태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합니다.

    • 성명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리스크: 유명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을 직접 언급하는 행위는 민법상 성명권 침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타인의 성과 도용 행위(카목)에 걸릴 소지가 큽니다. 실명을 직접 노출하기보다 작가의 고유한 특징을 암시하는 익명화나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공정이용 조항의 한계 인지

    우리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는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이 비평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공정이용을 주장할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본 전시가 티켓 수익이 발생하는 유료 전시라는 점은 공정이용 인정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불리한 요소입니다. 수익의 일부를 기부한다는 사실은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할 뿐 법적인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영리적 목적이 개입되는 순간 법원은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훨씬 더 까다롭게 따지게 됩니다.

    예술적 의도가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원작자가 자사의 상업적 가치나 명성에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면 소송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전시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인용을 최소화하고 대상 전시를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현상으로 객관화하여 다루는 영리한 연출이 필요합니다. 리스크를 완벽히 지우기 위해서는 실제 기획안과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전시 개최 전에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의 개별적인 법률 검토를 거치시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