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까지 부르셔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에 한 번에 끝내고 싶으신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런데 답이 전부 무엇을 설치할까에 몰려 있는데, 그 전에 짚을 게 있어요. 비둘기가 앉아서 에어컨이 고장 난 게 아닙니다.
실외기를 망가뜨리는 건 착지가 아니라 둥지 재료와 배설물입니다. 잔가지와 깃털이 통풍구와 팬 쪽으로 빨려 들어가 열을 못 버리게 만들고, 배설물은 강한 산성이라 알루미늄 방열판을 부식시키고 사이를 메웁니다. 실외기 주변은 늘 따뜻하고 비바람이 가려지니 비둘기 입장에서는 명당이고요.
그래서 침만 붙여서는 또 옵니다. 그게 막는 건 평평한 윗면 착지뿐인데, 정작 둥지를 트는 곳은 실외기 뒤쪽과 아래쪽의 어둡고 막힌 틈이거든요. 윗면만 막으면 그 틈으로 들어갑니다. 해도 또 오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겁니다.
그러니 기사님 오시면 부탁보다 먼저 여쭤볼 게 있습니다. 둥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어느 부품이 상했는지요. 그 자리가 막아야 할 자리입니다. 윗면이면 침으로 되지만 뒤나 아래였다면 그 틈을 메우는 게 순서입니다.
고정 방식도 미리 정해 두세요. 4층 외벽에 양면테이프로 붙인 것은 여름 직사광과 겨울 온도차에 접착이 풀립니다. 걱정하신 낙하가 실제로 여기서 납니다. 실외기 프레임에 케이블타이로 묶거나 실리콘을 같이 쓰는 쪽이 안전해요. 부엉이 인형은 며칠이면 안 움직인다는 걸 학습해 무시합니다.
당일에 부탁하면 거절당하기 쉽습니다. 에어컨 수리와 외벽 작업은 다른 일이라 기사님이 안전 책임을 지기 어렵거든요. 미리 전화해서 물건은 제가 준비할 테니 설치가 가능한지 물어보시고, 어렵다고 하면 사다리차가 온 김에 조류 방지 업체를 같은 날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회사 건물이면 외벽이 공용부분이라 관리 주체 동의도 미리 받아 두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완전한 퇴치는 어렵습니다. 대신 시즌 전에 실외기 위와 뒤를 한 번 보는 걸 관리 항목으로 잡아 두시면 고장까지 가기 전에 걸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