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설명드리면, 말씀하신 현상은 알코올에 의한 블랙아웃(blackout)입니다. 뇌의 기억 형성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알코올에 의해 일시적으로 억제되면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말씀하신 패턴, 즉 이동 중엔 기억이 있다가 집에 도착 후 끊기는 현상은 "긴장이 풀려서"라는 표현이 실제로 틀리지 않습니다. 이동 중에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각성 상태가 유지되는데,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면 각성이 떨어지면서 이미 임계치에 와 있던 혈중 알코올 농도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뇌 이상이라기보다는 알코올 용량과 각성 수준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블랙아웃이 "몸에 이상이 없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블랙아웃이 반복될수록 해마 손상 누적 위험이 높아지고, 알코올 의존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20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실질적인 조언을 드리면, 블랙아웃이 생길 정도의 음주량이 본인의 한계를 넘은 것이므로 그 전에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고, 음주 속도를 늦추고 중간에 물을 마시는 것이 혈중 알코올 농도 급상승을 막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몸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음주량 조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