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고아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흔한 조합입니다. 일본 라멘은 돼지뼈와 닭뼈를 같이 쓰고, 우리 감자탕은 돼지 등뼈, 설렁탕은 소뼈를 쓰는데 식당에서 소뼈와 돼지뼈를 섞어 육수를 내는 곳도 많습니다. 궁합이 안 맞아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는 한 가지만 사다 쓰는 게 익숙해서 생소하게 느껴지실 뿐입니다.
다만 아버님 이야기를 읽어보니 그 부분이 더 중요해 보여서 그쪽부터 말씀드릴게요.
우족탕만 드시면 설사하시는 이유
기름을 다 제거하셨는데도 그러신다면 눈에 보이는 기름층이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오래 고은 국물에는 유화되어 국물 속에 섞여 있는 지방이 상당히 남아 있습니다. 이건 국자로 걷어내서는 안 빠집니다. 확실히 제거하시려면 끓인 국물을 완전히 식혀 냉장고에 하룻밤 두셨다가 위에 하얗게 굳은 기름층을 숟가락으로 통째로 떠내셔야 합니다. 이 방법이 아니면 제거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짚어볼 것은 오래 끓인 육수에 늘어나는 성분들입니다. 뼈를 여러 시간, 여러 번 반복해서 우려내면 히스타민 같은 성분이 축적되는데 사람에 따라 이걸 잘 처리하지 못해 설사나 복부 불편감을 겪습니다. 갈비탕은 끓이는 시간이 짧고 돼지 족도 상대적으로 짧게 고는데, 우족탕은 예닐곱 시간씩 고아내니 여기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시판 우족탕이라면 조미 성분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세요. 첫째, 우려내는 횟수를 줄이세요. 세 번 네 번 재탕하지 마시고 한두 번만 우려낸 뒤 뼈는 버리시는 게 낫습니다. 둘째, 끓이고 나면 실온에 오래 두지 마시고 빨리 식혀 냉장하거나 소분해 냉동하세요. 오래 두고 여러 번 데울수록 불편감이 커집니다. 셋째, 한 번에 많이 드시지 말고 국물 한 컵 정도로 시작해서 반응을 보세요. 빈속에 국물만 드시는 것보다 밥이나 채소와 함께 드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만약 기름진 음식 전반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신다면 담즙이나 췌장 쪽 기능을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연세가 있으시면 지방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소 목뼈와 돼지 족을 같이 고으실 때 요령
핵심은 두 재료의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돼지 족은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물러지는데 소 목뼈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처음부터 같이 넣으면 돼지 족은 다 풀어져 형체가 없어지고 소뼈는 덜 우러납니다.
그래서 소 목뼈를 먼저 세 시간쯤 끓이시다가 돼지 족을 넣고 두세 시간 더 끓이시는 순서를 권합니다. 아니면 각각 따로 끓여서 마지막에 국물만 합치셔도 됩니다. 비율은 소 목뼈 일곱에 돼지 족 셋 정도로 시작해 보세요. 돼지 족 비율이 높으면 젤라틴이 많아 식었을 때 묵처럼 굳습니다. 굳는 게 싫으시면 돼지 족을 더 줄이시면 됩니다.
잡내 잡는 손질이 제일 중요합니다
먼저 찬물에 두세 시간 담가 핏물을 빼시는데, 중간에 물을 두세 번 갈아주세요. 이 과정을 건너뛰면 아무리 끓여도 누린내가 남습니다.
그다음 끓는 물에 5분에서 10분 초벌로 데친 뒤 그 물은 버리고 뼈를 흐르는 물에 하나씩 씻으세요. 표면에 붙은 회색 거품과 찌꺼기를 손으로 훑어내시면 국물이 훨씬 맑아집니다. 냄비도 한 번 씻고 새 물로 시작하세요.
본격적으로 끓이실 때는 대파 뿌리, 양파, 통마늘, 통후추를 넣으시고 돼지 족이 들어가니 생강을 얇게 한두 쪽 더해주시면 좋습니다. 된장을 아주 조금 풀어도 돼지 잡내에 효과적입니다. 다만 향신채를 처음부터 끝까지 넣어두면 쓴맛이 나니 마지막 한 시간쯤에 넣고 건져내세요.
끓는 동안 뜨는 거품은 부지런히 걷어내시고, 물이 줄면 반드시 뜨거운 물로 보충하세요. 찬물을 부으면 국물이 탁해집니다.
정리하면 두 재료를 같이 고으시는 건 아무 문제 없고, 넣는 시점만 달리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버님 증상은 재료 조합보다는 국물 속 지방과 오래 우려낸 정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니, 하룻밤 냉장 후 기름층 제거하기와 우려내는 횟수 줄이기를 함께 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