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그 막의 두께는 몇 나노미터, 원자 몇 층 수준이에요. 그런데도 효과적인 건 부식이 표면에서만 일어나는 반응이기 때문이에요. 철이 녹슬려면 산소와 물이 철 원자에 직접 닿아야 하는데, 크롬산화막은 치밀하고 빈틈이 없어서 산소와 물이 아래 금속까지 파고들 통로를 완전히 막아요. 두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멍이 없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랩 한 겹으로도 음식이 안 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일반 철에 생기는 녹은 성질이 정반대예요. 녹은 푸석푸석하고 틈이 많아서 산소가 계속 스며들고, 녹이 자라면서 부피가 커져 갈라지니 오히려 부식을 부추겨요. 크롬산화막은 금속과 단단히 붙은 채 부피 변화 없이 안정하게 유지돼서 막 자체가 더 자라지도 갈라지지도 않아요.
가장 특별한 점은 스스로 고친다는 거예요. 칼로 긁거나 흠집이 나서 막이 벗겨져도, 드러난 크롬이 공기 중 산소와 즉시 반응해 그 자리에 새 막을 만들어요. 눈 깜짝할 새 자동으로 복구되니 흠집이 부식의 시작점이 되지 않는 거예요. 이 자기 치유가 되려면 크롬이 충분히 섞여 있어야 해서, 스테인리스의 기준이 크롬 10.5%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요.
약점도 이 막에 있어요. 염소 성분은 막을 국소적으로 뚫는 성질이 있어서 바닷가나 소금기 있는 환경에서는 스테인리스도 점 모양으로 녹슬 수 있어요. 락스가 스테인리스 싱크대에 얼룩을 남기는 게 그래서고, 그런 곳에는 몰리브데넘을 더 넣은 등급을 쓰는 게 안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