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발상이 정말 날카로워요.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그 생각이 정확히 맞아요. 빛의 속도가 충분히 느리다면, 사과를 바라본 순간 잠깐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 시간이 좀 지나야 사과가 나타날 거예요.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는 건 사실 그 물체에서 출발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는 거예요. 사과가 보이는 건 사과가 빛을 반사하고, 그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와 망막을 자극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빛이 눈에 닿기 전까지는 우리 눈에 아무 정보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그 자리가 비어 보이는 게 맞아요.
다만 현실에서는 빛이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어마어마한 속도라, 바로 앞 사과에서 반사된 빛이 눈에 닿는 시간이 1억분의 1초도 안 돼요. 그래서 우리는 그 지연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사과가 늘 거기 있는 것처럼 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 지연이 실제로 관측되는 영역이 있어요. 바로 우주예요. 별빛은 워낙 먼 거리를 오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도 수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보는 별은 사실 과거의 모습이에요. 어떤 별이 10년 전에 사라졌더라도 그 별빛이 아직 도착하는 중이라면 우리는 여전히 그 별을 보고 있는 거예요. 질문하신 가정이 우주 규모에서는 진짜로 일어나는 일인 셈이랍니다.
빛의 속도가 느린 세상을 상상해보면 정말 기묘할 거예요. 누가 손을 흔들면 그 동작이 한참 뒤에 보이고,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더 과거의 모습으로 보일 테니까요. 우리가 보는 모든 게 사실은 아주 조금씩 과거라는 사실이, 빛이 워낙 빨라서 가려져 있을 뿐이랍니다 :)